'역민영화' 논란에 방어논리 마련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참여하기로 가닥을 잡으며 금융시장에서 '진정한 민영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논란이 나오자 이에 대한 방어논리를 마련했다.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합병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부 지분이 50%~60%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것.
15일 산은금융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지분 57%를 인수 후 상장하면 두 지주가 합병하는 순간까지 정부 지분은 50%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며 "일각에서 정부 지분이 80%가 되고 통상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전문가들은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국책은행이 국책은행을 인수하는 격"이라며 "합병을 해도 정부 지분이 높아 민영화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산은의 주장대로라면 두 금융지주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정부 지분이 50%대로 낮아진다. 이어 주식시장에서 블록세일하거나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모집해 추가적으로 지분을 넘기면 정부 지분이 50% 이하로 낮아져 민영화가 완료된다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3단계' 인수 시나리오 마련 = 산은금융이 마련한 우리금융 인수 시나리오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로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주 혹은 우선주 등을 발행해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면 정부 지분이 10~20% 정도 하락하게 된다는 것.
지난해 말 현재 산은금융 주식수는 정부(3532만9774주,9.74%)와 정책금융공사(3억2732만8647주, 90.26%)를 합해 총 3억6265만8421주로, 정부지분이 80%로 하락하기 위해서는 약 9066만주의 신주 및 우선주를 발행해야 한다.
내·외부 자금을 동원해 우리금융을 인수한 후 산은금융을 주식시장에 상장(IPO)시켜 정부 지분을 추가적으로 10~20% 정도 낮춘다는 게 시나리오의 2단계다.
산은금융 고위 관계자는 "IPO를 10%만 할지, 15% 할지는 정부가 정하는 것"이라며 "20%까지 상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병 전에 상장을 하는 이유는 매각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고, 나중에 불거질 '헐값 매각' 논란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에 만연한 '변양호 신드롬'이 산은금융 매각 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 이 경우, 우리금융과의 시너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산은금융 관계자는 "(가격이)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지만 4~6만원 정도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산은금융이 상장 후 우리금융과 합병하면, 우리금융의 정부지분(57%)을 뺀 나머지 43%를 민간이 보유하고 있어 자연스레 정부 지분이 희석된다는 것이 3단계다.
산은 관계자는 "덩치 커진 산은지주를 누가 사가겠냐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부지분이 50%대로 하락하고 그 이후에 블록세일을 하거나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모집하면 정부 지분이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두르면 이번 정권 내 추진…내부 반대 걸림돌 = 그러나 이 3단계 과정이 이번 정권 내로 마무리될 가능성은 낮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얼마나 타이트하게 진행하느냐가 관건이지만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한다고 하면 올해 안에 되고, 서두른다면 정권 내에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의 주요 실천공약 중 하나다.
단 산은 측은 "(정권 내 추진 여부가)이슈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산은금융은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지도 아직 결정된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는 17일 공적자금위원회에서 우리금융 재매각방안이 발표되고 나서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우리금융 인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 향후 우리금융 인수 추진을 통한 민영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입찰 참여 소식은 직원들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향후 전략을 결정할 것이라는 은행의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며 "은행 측이 산업은행 발전방향과 우리금융 인수시 발생가능한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 및 직원 의견 수렴 없이 졸속적으로 입찰 참여를 진행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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