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은퇴생활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양대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퇴직연금은 작년 말 29조원을 넘어섰고 금년 말 45조원, 그리고 2015년에는 9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올해 안에 퇴직연금을 도입할 계획인데, 파트너가 될 연금사업자는 한번 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 최초 사업자 선정이 무척 중요하다. 무엇보다 초장기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자와 제휴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과 가입자에게 최적화된 연금방식을 설계하고 운용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업자를 골라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퇴직연금 가입에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 핵심은 두 가지인데 첫째, 기업이 자산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급여형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시장의 조류를 과감히 거슬러서 확정기여형의 장점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국회에 상정돼 있는 퇴직연금법이 조만간 통과된다고 가정할 때, 특정 직장의 가입자는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가운데 양자택일하거나 복수선택할 수 있다. 고용안정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확정급여형을 선택하는 게 종업원복지에 유리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이 경우 종업원은 가입기간 중 복리로 계산한 임금상승률 정도의 수익률에 만족해야 한다. 따라서 임금이 천천히 오르는 직장인 또는 연공서열형 임금구조하에서 정년에 가깝거나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직장인에게는 확정급여형이 불리하다.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도 일률적으로 확정급여형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히 우리경제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생산성 향상이 둔화되고 있어 대부분 직장의 임금증가율도 물가상승률을 크게 넘지 못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 통계를 보면 1946년에서 2006년 사이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4% 상승한 반면 채권이나 주식의 명목수익률은 5.7% 내지 11%에 달했다. 정년이 많이 남은 직장인일수록 확정기여형을 병행 선택해 운용의 재량을 발휘하고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는 가입자는 자신의 생애주기를 감안해 최적화된 운용전략을 짜야 한다. 앞서 미국 사례에서도 나타나지만 투자자산 간 수익률 격차가 크다. 우리나라도 2002년에서 2011년 초까지 연평균 명목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예금과 부동산이 각각 5.1%와 4.8%인데 비해 채권과 주식은 6.7%와 11.4%에 달한다.
예금과 채권의 경우 수익성은 떨어지나 높은 안정성이 장점이다. 이에 비해 주식은 수익률이 경기순환주기에 크게 좌우되므로 변동성이 큰 것이 단점이다. 직장생활이 많이 남아 있는 가입자일수록 예금보다는 유가증권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펀드가 합리적이다. 특히 젊고 위험선호도가 높은 가입자일수록 주식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주식의 단점인 변동성은 장기투자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를 읽는 안목의 투자자라면 해외주식펀드를 일부 편입하는 것도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권장할 만하다. 반면 퇴직이 임박한 가입자일수록 가급적 확정금리상품으로 운용하여 이미 적립한 자산의 가치하락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전략이 국내 퇴직연금시장에 잘 구현되고 있을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사업자간 치열한 경쟁, 그리고 기업과 종업원의 인식부족으로 확정급여형, 그중에서도 단기 확정금리상품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설계능력과 장기 운용능력에 기반한 진정한 경쟁력으로 사업자간 우열이 드러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말 이후에는 '소프트파워'의 결정력이 더 강해지면서 국내 연금시장의 경쟁과 발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로 산업은행 연금부행장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