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의 6~7%(60조~70조원) 정도를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으로 다른 산업과 달리 일용직 근로자가 정규직보다 많은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120만명으로 추산되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한두 달씩 늦게 임금을 받는 것이 관행화돼 있어 삶이 고단할 수밖에 없다. 위험한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다보니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등 근무여건이 다른 산업에 비해 열악하다.
건설근로자는 대부분 팀장, 동료 등 인맥에 의해 취업하고 있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유료직업소개소, 새벽인력시장 등을 통해 취업하는 등 취업알선 시스템이 낙후돼 있다. 유료직업소개소를 이용하는 경우 일당의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공제하는 등 근로자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건설근로자의 임금이 조금씩 증가하고는 있지만 최저가낙찰제도가 확대되면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노무비를 낮춰서라도 수주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경력ㆍ자격ㆍ기능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임금체계 마련이 쉽지 않다. 여러 단계의 도급구조로 인해 고질적인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체불규모도 연간 1000억원, 3만명을 넘어선다.
건설현장 특성상 산재발생이 빈번하고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건설현장 업무상 사고 사망자는 556명으로 전체의 40.2%를 차지했다. 주 40시간제 도입 등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추세지만 건설현장에서는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게 다반사다.
산업규모에 맞춰 기능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하지만 일과 실업을 반복하는 건설근로자들에겐 제대로 기능을 습득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올해부터 정부는 직업훈련 방식을 근로자가 여러 기관을 이동하면서 일정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훈련받을 수 있는 '계좌제' 방식으로 일원화했다. 이 방식은 상당수준의 물적 시설을 갖춰야 하는 건설직종 훈련과는 잘 맞지 않아 건설근로자들이 제대로 훈련받을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좁아졌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받는 불안정한 고용현실이 건설근로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건설현장의 불편한 진실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건설근로자들의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 사회적 인식수준을 저하시킬 것이다.
우리 인력을 외국인력으로 대체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취약해지는 인력기반으로 우리 건설업의 앞날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될 수 있다.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첫째는 여러 부처에 산재돼 있는 건설근로자관련제도를 총괄해 건설근로자 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운영해야 한다. 둘째는 건설근로자가 경력ㆍ기능ㆍ자격에 합당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건설공사의 노무비를 적정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건설공사 입찰ㆍ시공능력평가ㆍ하도급 제도 등 관련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셋째는 건설근로자들이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기념행사를 정례화하고 숨은 일꾼을 찾아 훈장ㆍ포장을 주는 등 사회적 배려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 같은 조치들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건설업계, 근로자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근로자들도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현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마음가짐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건설근로자들이 사회에 기여한 만큼 소득ㆍ복지 등 모든 면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고 전문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강팔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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