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외교통상부에 또 망신살이 뻗쳤다. 이번엔 해외공관장이 수입금지물품인 상아를 밀반입하려다 걸렸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파문에 이어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외교통상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전 대사 P씨의 이삿짐 안에서 수입금지물품인 상아 16개가 발견됐다. 이 상아들은 각각 30~40cm 길이에 전체 무게는 60kg에 달했다. 아프리카 상아 가격은 암시장에서 통상 1kg당 20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어 금액으로는 1억원을 넘는 규모다. 상아는 '유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1989년 이후 거래가 아예 금지돼 있는 품목이다.
문제의 상아는 P씨의 이사물품 목록에는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이를 외교통상부와 P씨에게 통보했으며 이번 주 중 P씨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P씨는 현지에서 선물 받은 상아를 현지인 직원들이 이삿짐을 싸는 과정에 실수로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P씨의 아내가 상아를 넣지 말라고 했지만 직원들과의 프랑스어 의사소통 과정에서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P씨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상아를 선물 받은 점이나 거래가 금지된 상아를 들여오려 했던 정황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외교부는 충격에 빠졌다. 전 장관의 특채 파문에다 올 초 상하이 총영사관의 스캔들, 해외공관의 횡령·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터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전면적인 쇄신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 무색해질 정도다.
외교부는 P씨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로 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P씨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관세청 조사가 끝나는 대로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의 한 전문가는 "외교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 이러다간 공무원 사회에서도 따돌림 당할 처지"라고 전했다.
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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