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최윤신 동양건설산업 회장이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신한은행 연수원을 찾았다. 주채권은행의 수장인 서진원 신한은행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날 신한은행 연수원에서는 신한금융지주의 내부 행사인 '신한경영포럼'이 열리고 있었다. 이 행사는 신한금융그룹 임원 및 주요 부서장들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 회장은 서 행장의 요청이 아닌 자의로 이곳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남의 행사'에까지 가서 주채권은행장을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금융권에 따르면 최 회장은 서 행장에게 "법정관리를 철회할 생각이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법정관리 강행 의지를 내비쳐 왔던 최 회장이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주주의 지원이나 담보 등 실질적인 방안이 없이는 협상이 진전되기 힘들다.
동양건설은 지난달 28일 법원의 대표자 심문에서도 "법정관리 개시 결정 시점을 늦춰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동양건설의 상근 총괄회장이자 32.21% 지분을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이런 그가 단순히 '법정관리 철회 의사'를 전하기 위해 용인까지 가서 서 행장과 만남을 가졌다는 점은 다소 의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그만큼 다급했던 게 아니겠냐고 보고 있다.
동양건설은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공동 시공사인 삼부토건이 연대보증을 서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삼부토건이 이를 끝내 거부하면서 동양건설의 몫을 별도로 처리하려고 하자 위기감을 느낀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두 회사는 헌일마을 PF대출 4270억원에 대해 각각 절반씩 보증을 서고 있다. 삼부토건은 서울 르네상스호텔을 추가 담보로 내놨지만 동양건설은 마땅한 담보가 없는 실정이다.
동양건설은 지난해 말 현재 토지 및 건물 등 유형자산 1343억원(장부가액)어치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담보설정액 기준으로 1586억원어치 토지가 신한ㆍ국민은행에 담보로 잡혀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분양ㆍ공사미수금 4343억원도 장ㆍ단기차입금에 대해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이 때문에 동양건설의 계열사인 동양고속운수가 헌인마을 PF대출에 대해 보증을 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동양고속운수는 최 회장이 지분 32.10%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그러나 동양고속운수가 보유한 토지ㆍ건물 등 유형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594억원(장부가액)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260억원(담보설정액)어치 토지ㆍ건물이 하나은행에 담보로 잡힌 상태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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