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중국 다롄 창싱다오 ‘STX다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에서 열린 그룹 출범 10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STX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다음은 강 회장과의 일문일답.
- 다롄기지가 지난 4월 달에 중국 정부로부터 큰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STX 선박 건조 전략에 변화가 있는가?
▲= 다롄기지는 건설에 4년이 걸렸는데. 2년은 건설, 2년은 건설과 함께 실제 건조했다. 작년까지 22척 건조했지만 인도는 15척에 그쳤다. 경기위기 이전에 발주한 고가선들이 많았는데 당시에는 1억달러에 발주했지만 시장은 6000만~7000만달러로 약 30% 디스카운트됐다. 우리가 생산량을 맞출 수 있었고 많이 할 수 있었지만 선주들이 인도를 지연 또는 취소했고 선박 인도를 받지 않기 위해 검사를 까다롭게 하느라 애로사항이 많았다.
비단 STX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조선업체가 그런 고통을 겪었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2년 동안 자금이나 시황 등을 이유로 선주들이 인도를 기피했다. 인도를 안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했다. 인도해도 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이 작년 이후로 거의 해소됐다. 대개의 조선소들이 3년치 물량을 확보하는데 올 상반기까지는 2008년 9월 경제위기 위기 이전에 수주했던 문제들이 해소될 것이다. 이후 발주한 선박에 대해서는 시장원리에 대해 작동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좋아질 것이다.
우리 조선업계의 전반산업이 해운업계이기 때문에 전반산업은 아마 금년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선종에 따라 다르다. 벌커나 컨테이너 탱커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오프쇼어는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2009년에는 벌커가 가장 타격을 받았으나 2010년에 괜찮았다가 2011년도에는 조정받고 있다. 컨테이너는 2009년 마찬가지로 어려웠다가 2010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2011년 이후에는 세계 경제가 안정궤도에 들어가면서 안정적으로 가고 있다. 지금 평가가 부정적인 탱커시장은 오일가격이 폭등하면서 좋을 것이다.
시장은 선종 별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한 종으로 말할 수 없다.
유럽은 앞서가는 기술이 분명히 있다. 오프쇼어 부문 또는 세계 첨단 기술을 가진 분야는 유럽이 지금 현재도 세계 일류이고, 방위산업 분야는 미국이 조선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강하다고 하는 분야는 상선분야, 또 오프쇼어 분야인데 한국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각 선종별로 세계시장에서 우선순위가 다른데 무조건 한국·중국·일본·유럽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선종별로 시장상황에 따라,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시장이 달라진다고 본다. 이러한 시장 니드에 맞춰 성장전략을 가져가야 하며,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유럽은 유럽대로 핵심역량을 갖춘 것을 갖고 어떻게 미래 10년을 시장에 니드에 맞춰 가져갈 것인지 이런 전략을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다.
- 올해 인도 척수 목표가 22척으로 알고 있다.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이 가능할지?
▲= 인도가 22척이고 건조는 31척 정도 되는데 시장상황에 따라 급속하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손익 포인트는 올해 획기적으로 변한다고 본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조선소를 만들어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세계 어딜가도 불가능하다. 자동차 공장이든 제조업에서는 불가능하다.
시간이 필요하며, 적어도 3년 내에 손익을 맞추면 성공한 모델이다. 한국 기업들 중에서 자동차나 전자 분야에 중국에 진출 건설 기간을 제외하고 3년 이내에 흑자로 성장한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제조업의 특성상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5~10년 이내에는 중국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 그동안 많은 인수·합병(M&A)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M&A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업종을 할 것인가?
▲= M&A는 시장에 따라서, 예를 들어 자원 분야라던지 에너지 분야, 또는 기계조선 분야등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서 기회가 보일 경우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중국 조선소를 M&A하는 것과 새로운 조선소를 시작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낫을 지 고민했다. 반대로 유럽 조선소를 M&A하지 않고 신규 조선소를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됐다. 시장에 따라 M&A를 통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있고 새로 도전해야 할 시장이 있다.
M&A를 하지 않는 것은 기업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M&A는 당연히 해야하고, 그린 필드에 R&D도 해야 한다. 기업은 오픈해서 사업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선택할 것이냐, 동시 다발적으로 같이 해야 하는 것이지 M&A를 해서 성장할 것이다. 그린 필드에서 내 업종을 가지고 성장할 것이다라고 정의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 STX는 경영구조나 승계과정을 어떻게 끌고 가실지?
▲= 지배구조는 유럽이나 브라질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거의 100년 정도가 되면 한국 같은 지배구조를 가진 곳이 많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작은 기업 같은 경우, 공개기업이 아니고 개인 기업으로 100년, 200년, 300년 가는 기업은 많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은 자본시장에 상장하고 그걸 지배하는 기업이 100년 이상 또는 글로벌 탑5가 되는 기업이 업종별로 지배를 한다는 것은 드물다고 본다. 국영기업이 아닌 이상 유럽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개인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해서 상장기업중 (오너의) 지배력은 5~10%에 불과하다. 유럽이나 미국 기업이 그런데 한국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기업들이 될 것이다. (오너 지배력이 약한) 유럽의 유명기업들을 보면 그 오너들의 명함에는 ‘맨 쉐어 홀더’라고 씌어져 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장래에 아마도 그런 형태가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런데 30~40년 밖에 안된 산업 역사에서 시장이나 사회나 너무 지배구조에 대해 집착이 많기 때문에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식의 차이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지배할 수 없는 그런 구조로 가게 돼 있는데 단기적으로 양날의 칼을 채워서 너무 과도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면 한국 사회에서도 자연적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배구조라는 것은 기업이 커지면 한 사람이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주식을 가지고 좌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유능한 경영자가 지배구조를 갖는다.
세계적으로 큰 기업을 보면 결국 경영자가 중요하지 자본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자본은 세계 시장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면 얼마든지 투자할 사람이 많다. 시장은 시장경제주의적인 글로벌 시장에서 그런 비즈니스 모델은 누가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지 지배구조라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생각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1세대가 창업을 해서 자식에게 넘겨주고 지배구조를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이면 국가를 만들더라도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몇백년 가는 기업을 한 사람이 지배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면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다롄기지의 IPO계획은?
▲= 현재 중국 법적으로는 유한공사가 직접 IPO를 중국내에 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중국기업인 룽셍이라는 조선업체도 중국내에 상장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홍콩에서 상장했다.
현재 우리 정도 되는 기업이 50억달러에 IPO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본조달과 또는 기업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IPO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지금 핵심 역량과 수익성 매출 또 4대 포트폴리오, 우리가 지금 10만t까지 생산할 수 있지만 어떤 선종도 만들 수 있고, 고급 선종 몇억달러 짜리를 건조할 수 있다면, 포트폴리오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가치가 좋을 때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상장할 수 있다고 보고 계속 준비해가고 있다. 우리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때에 맞춰 IPO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STX유럽에 14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지난해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한 노르웨이 OSV는 프랑스 핀란드, 루마니아 브라질 등 여러 조선소중 하나를 상장했다. 이 회사의 가치가 15억달러에 달하니까 비즈니스적 가치를 올리면 상장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즉, 다롄에서 벌커만 만드는 경우와 벌크나 자동차운반선(PCTC), 크루즈나 LNG나 오프쇼어 등 세계 첨단 제품을 만드는 경우와 비교하면 가치는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난다.
- 진해 조선소 수주 물량을 대련기지와 연계할 계획이 있는지
▲= 전세계 시장은 굉장히 격변기에 놓여있다. 왜냐하면 각국이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경제위기 이후에 국수주의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발주한 오프쇼어라던지 액화천연가스(LNG)선은 이제 한국에 발주할 가능성이 없다. 러시아에서 발주하는 선박도 많은 부분이 러시아 내로 갈 예정이고 브라질 역시 대통령이 진두지휘해서 조선산업을 육성시키겠다고 한다.
조선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가장 높은 산업중의 하나고 산업중에서 조선 산업을 하면 연관산업의 파급효과가 가장 파워풀한 사업이다. 이 산업을 모든 국가들이 갖기를 희망한다. 시장을 보는 견해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아무리 시장이 어려워도 살아남는 기업은 시장하고 무관하게 살아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차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업종을 바라봐야 한다.
예를 들어 A자동차가 한국 내에 5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춘 것과 B기업이 100만대 생산 체제를 5개 지역에 갖춘 것과 어떤 것이 경쟁력이 있겠는가. 전자공장도 마찬가지고 조선산업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보는 것을 분할적으로 시장을 봐야지 한 군데서 모든 것을 다한다. 시장은 요구하지 않는다. 시장이 요구하지 않는 사업, 제조형태를 만들어 놓고 전부다 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시장의 니드에 따라 갔는지 한곳에 전부 했는지 시장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롄(중국)=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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