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이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4.27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수면 아래 있던 위기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대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총사퇴로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각 정파가 사사건건 충돌하며 자중지란하는 모습이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 연기= '1차전'은 차기 원내대표 선출이다. 한나라당은 2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6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이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 계파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은 것이다.
전날 본회의 취소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경선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빗발쳤다. 경선에는 친이계의 안경률·이병석 의원과 중립의 이주영·황우여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재까진 안경률 의원이 가장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비주류에선 안 의원이 이재오 특임장관과 가깝다는 이유로 비토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당권을 장악해 온 친이재오계가 당 전면에 나서면 안된다는 이유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선 서병수나경원정두원 최고위원은 경선 연기를 요구했지만, 안상수 대표 등이 예정대로 진행키로 결정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목격되기도 했다.
이번 경선에는 친이(친이명박)계에서 두 명의 주자가 나오면서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이재오계와 이상득계의 '결별설'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친박(친박근혜)계와 소장파도 이해득실에 따라 밀고 있는 주자가 달라 원내대표 경선은 여권의 새판짜기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총사퇴에 따라 구성되는 비상대책위를 놓고도 계파간 주장은 엇갈린다. 비대위는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때까지 당 운영을 맡아야 하는 만큼 역할은 막중하다. 또 전대 관리를 해야하는 만큼 새 지도부 선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계파간 계산법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당 일각에선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친박계 홍사덕 의원이 적임자라는 주장이 나온다. 안상수 대표를 제외한 현재 지도부가 비대위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커지는 박근혜 역할론 =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박근혜 역학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각종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 전 대표가 당의 간판으로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당내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 민본21의 권영진 의원은 전날 의총에서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전날 한 강연에서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며 "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보완재지 대체제가 아니다"며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박 전 대표도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는 전날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출국길에 오르며 자신의 역할론에 대한 질문을 받자 "여태까지 제 위치와 입장에서 노력해 왔지만 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 참여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것은.."이라며 "당에서 많은 토론이 있지 않겠느냐"고 답변을 비켜갔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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