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서울지역 뉴타운·재개발 시장에 지분 투자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 서울시 뉴타운 정책이 재개발사업 전면 개편을 통한 출구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사업 추진 속도와 사업성에 따라 투자 희비가 엇갈리게 된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뉴타운 투자에 대한 무분별한 '맹신'을 접고 지역별 특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 소장은 "앞으로는 뉴타운·재개발 지역별로 사업성과 추진 속도, 주민들의 의지 등에 따라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며 "심지어 같은 뉴타운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나는 만큼 보다 정교한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희비 엇갈리는 뉴타운 시장=서울시는 최근 '신 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내놨다. 뉴타운 추가 지정 중단, 정비예정구역제도 폐지 등이 골자다. 특히 주민이 원할 경우 지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지구 지정 이후 개발사업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구역 지정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한 곳에 투자한 수요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뉴타운 존치구역이나 정비예정구역 일대 부동산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강서구 방화뉴타운에선 일년 전 2억6000만원을 호가하던 빌라 매물이 지금은 2억원으로 떨어졌지만 매기가 없다.
동작구 흑석뉴타운 내 존치정비1구역은 한강 조망권을 갖춘 데다 고급주택지 인근이어서 투자 열기가 불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썰렁하다. 흑석동 M공인 관계자는 "간간이 걸려오던 문의 전화도 아예 끊겼다. 모든 게 올스톱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랑구 중화뉴타운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도 "입지 여건이 떨어지는 데다 주민 반대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분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왕십리뉴타운 1,3구역과 아현뉴타운 1-3구역 등 사업 추진이 원활하고 사업성이 좋은 곳은 딴 세상이다. 아현동 P공인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와 맞물려 거래가 활기를 띠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손님보다 물건이 부족한 편"이라고 전했다.
◆사업 속도 내는 곳 노려볼만=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사업이 더딘 곳은 지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사업이 원활하고 수익성이 있는 곳은 희소성 때문에 몸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사업성 확보로 속도에 탄력이 붙은 곳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 등 사업 진행이 빠른 뉴타운 구역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각 구역별 감정평가 금액을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리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곳에서는 자칫 투자 금액보다 훨씬 낮은 감정평가액을 손에 쥐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분 시세가 적정 수준인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재개발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 없이 오랜 기간 사업이 멈춰 있는 곳은 대부분 사업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며"인근 지역의 시세 등을 꼼꼼히 파악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뉴타운 투자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용적률 상향 여력이 있고 투자 수요층도 두터운 역세권 물건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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