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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비오는 투표날 UFO들이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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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아시아블로그]비오는 투표날 UFO들이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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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린다. 비는 대지를 적시고, 목마른 江을 채워주지만 정치는 절대로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다. 정치는 투표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삼는다. 사람들이 정치를 버리면 버릴수록 정치는 유리해진다. 그래서 환멸을 부추긴다. 그게 정치다.


환멸스럽다. 염증 난다. 희망을 버린다. 세상을 바꿀 의지도 스스로 꺾는다. 도무지 빛이 없다. 이 나라에서 세금 한푼 내고 싶은 맘조차 없다. 책임과 의무도 다 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선량들은 비록 몸은 그대로 두지만 정신은 정치판을 떠난다. '정치가 싫다'고 회색지대로 옮겨가는 정치적 망명자들이 난민(亂民)을 이루며 떠돈다.

이같은 망명객 혹은 도피자들은 차라리 UFO를 믿는 사람들보다 더 불행해 보인다. UFO는 초심리가설이다. 초심리가설은 본질적으로는 피안(彼岸)을 향한 학설이다. 같은 망명자들일지라도 UFO를 숭배하는 사람들에겐 꿈이 있다. '들림'을 당해 우주 저편의 행성으로 갈 것이라는 믿음이라도 있다. 그것들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 그리고 왜 사람들은 UFO를 숭배하려고 하는가 ? 우리의 과학은 왜 무지한가 ? 숱한 의문에도 사람들은 UFO를 찾으러 맨발로 광야의 선지자를 따라나선다. UFO를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미확인 우주 방문객은 '메시아'다. 그래서 UFO는 피안의 학설이 된다.


또 다른 망명자들도 있다.그들의 믿음속에는 지구 내부가 텅 비어 있으며 내부의 지각에는 또다른 인류가 산다. 그 인류는 우리보다 뛰어난 학문, 예술, 문화를 가지고 있다. 또한 다툼과 분쟁, 갈등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린다. 지구 내부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열망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래서 UFO를 찾는 사람들처럼 지구 내부를 향해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역시 근원은 피안과 관련이 있다.

이 땅엔 하루에도 수천 사람들이 망명하고 있다. 망명자들은 몸은 현실에 두고 정신은 다른 세계로 보낸다. 권모술수에, 남을 짓밟고, 쓰러뜨리는 현실에 선량하게 살고자하는 욕망마저 꺽여서다. 과열, 비열한 꼼수에 절망해서다. 현실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들은 회색지대에서 난민으로 살아갈 수는 있다. UFO가 이땅에 재림하는 날 '들림의 현상'을 통해 구원을 받으려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지구 행성 내부의 또다른 세계로 옮겨가 새 세상을 건설하려할 지도 모른다. UFO나 지구공동의 천국이나 피안은 더욱 광활해진다. 유토피아나 율도국 같은 이상향을 꿈꾸는 이들에게 돌아오라고, 현실에서 희망을 찾자고 한들, 그들이 돌아올리 만무하다.


이땅은 새해 벽두부터 킬링필드로 변했다. 천만 마리의 짐승들이 산 채로 매장되며 울부짖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동물학대의 역사가 벌어졌다. 일찌기 경험하지 않은 재앙이다. 생명들에게는 아우슈비츠의 비극으로 남았다. 썩은 피가 강을 이루고, 악취가 국토를 덮어도 생명을 돌보는 이가 없다. 책임져야할 이들은 권력싸움만 벌인다. 그들은 규칙을 통해 건전하게 경쟁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판을 킬링필드로 만들어 선량들을 파묻으려한다. 독거노인은 쪽방에서 홀로 죽어가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힘 있는 자는 권력을 세습하고, 가난한 이들은 소ㆍ돼지만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또 망명할 것이다. 이 땅은 육신의 거주지일 뿐이다. 피안의 학설은 나날이 번성한다. 하여 누가 UFO를 믿는 사람들을 부정할 수 있으며, 지구 내부가 텅 비어있다해도 터무니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망명자들이 알아야할게 있다. UFO의 정박지는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날마다 수많은 UFO를 날린다. 뉴타운, 초일류국가, 국민소득 3만불, 자유, 평등, 공정 등등...따라서 맨먼저 들림을 당하는 이들은 정치적 망명자들이며 난민들이다. 이제 광야에는 어떤 선지자도 없으며, 메시아도 오지 않는다. 진정한 들림은 없다. 그저 들림은 버려짐이다. 스스로 버림이다.


돌아오라. 망명자들아. 광야에 나가 '들림의 날'을 위해 돌로 쌓은 제단을 허물고, 지구 안쪽을 향한 삽질도 멈추라.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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