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이 건설업계에 주는 충격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다름 아닌 건설업 면허 1호여서다. 건설산업 선도력, 경영 건실성 등을 갖춘 대형사마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한 방'에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앞에 건설사들의 부도 공포는 비견할 데가 없다. 중견 건설업체의 위기설은 금융위기 사태가 불거진 이후 벌써 3년째 흘러나오고 있는 터여서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삼부토건은 다르다. 올 들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월드건설, 진흥기업, LIG건설 등에 비해 역사적 상징성이 깊기 때문이다.
건설업에 40여년 동안 종사해온 한 인사는 "63여년간 존속돼온 명문 건설사가 위기에 처해 충격이 크다"며 "건설업체 부도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특단의 대책 마련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삼부토건은 건설업계에서 역사가 깊은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보수적 경영태도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2000년대 접어들며 대형 건설회사들이 분양 사업에 뛰어들 때도 토목과 건축 등 전통적 시장을 고수하며 주택사업을 무분별하게 벌이지 않았다. 경주의 신라밀레니엄파크 등 관광레저업에 선도적으로 진출하며 건설업계에 신수종사업 모색이라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다 삼부토건은 금융위기를 1년 앞둔 시점에 파주교하지구를 필두로 주택사업을 확대했다. 주택사업을 통해 회사 규모를 급신장시키는 다른 건설업체들에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택사업은 관공사와 달리 대규모의 자금을 끌어들여 추진해야 하는 만큼 경영 리스크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아진다. 삼부토건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런 부동산 PF다. 그동안 워크아웃 등을 신청한 여느 건설업체와 사정이 비슷하다. 연간 매출 1조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회사가 4000억원대 PF의 책임을 지게 돼 자금흐름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금융권에서 비판하는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대한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권은 법정관리에 앞서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이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건설사 경영진을 몰아붙이고 있다. 신용평가업체에서는 철저하게 담보를 잡고 대출해주는 PF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건설업계는 확연히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LIG건설에 이어 흑자기업인 삼부토건마저 주채권은행과 공식 협의 없이 전격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은 금융권이 해당 사업장의 수익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자금 회수에 열을 올리며 건설기업의 경영위기 의식을 심화시킨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 중견 주택건설사 오너의 고백처럼 앞다퉈 대출을 늘려주려는 경쟁을 벌이던 금융권이 순식간에 표변해 자금 회수에 나서는 '냉ㆍ온탕식 여신관리 체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과 건설업계 간에 깊어진 불신이 가져올 사태와 경제적 파급효과는 아무도 가늠하지 못한다. 건설산업이 가진 전후방 경제효과를 감안하면 부도 도미노 사태는 국가 전반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이참에 금융당국 등 정부가 PF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처방을 내놓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PF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주택공급 축소를 야기함은 물론 건설업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소민호 기자 sm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