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4ㆍ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선거운동 현장 급습작전은 치밀했다.
민주당이 익명의 한 여성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은 지난 18일. 일당 5만원을 주면서 불법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짤막한 전화 통화가 전부였다.
강릉의 한 펜션이라는 불투명한 제보를 받은 민주당은 곧바로 수소문에 착수했다. 강원도 지리를 잘 아는 도당 당직자가 나섰고 중앙당에 파견나간 직원까지 총 출동을 했다.
도당의 한 관계자는 22일 "강릉 일대를 뒤집고 다녔다"면서 "제보가 구체적이지 않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범위를 좁혀가던 중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펜션 근처에서 전화통화 소리가 요란한 것. 집단적으로 수상한 전화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집중 잠복에 들어갔다.
단속에 들어갔던 민주당 당직자들은 펜션에 출입하는 여성들이 차량을 펜션 주차장이 아닌 인근에 한 뒤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수상하게 여긴 당직자들은 곧바로 쓰레기봉투를 뒤졌고, 평창동계올림픽 서명명단을 비롯해 한나라당 당원 및 경선 참여자들의 명단과 전화번호가 담겨있는 것을 확인했다.
D 데이. 민주당은 12시10분께 펜션 문을 두드렸다. 매일 35인분의 도시락을 배달시켰던 것을 확인했던 터라 점심시간에 타이밍을 맞췄던 것.
반면, 점심 도시락 배달로 착각한 탓에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열었던 엄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은 채증을 위해 급습한 민주당 당직자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펜션 출입구를 봉쇄하고 현장 채증작업에 들어갔다. 또 그동안 확보한 자료를 준비했다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선관위와 경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한 통의 제보와 끈질긴 추격전은 강원도 보궐선거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김달중 기자 da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