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참가 강만수·이순우 행장 반응 '온도차'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금융시장이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잘 흘러가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재는 22일 소공동 한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최근 해외에는 어느쪽을 둘러보던 위기가 많다"며 "(반면)국내는 주식시장도 아직 기록 내고 있고, 최근 몇가지 금융문제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잘 굴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카드시장 과열 등으로 금융시장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양호하다는 판단이다.
이날 금융협의회는 강만수 산업은행장 겸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등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가했다.
단 이순우 행장이 김 총재의 환영사에 "(금융협의회에)처음 와 본다"며 말문을 연 것에 반해, 강 행장은 시종일관 침묵을 지켜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출석한 소감을 말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강 행장은 지난 18일 금융당국 수장과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간의 조찬 회동에서 '제 2의 카드대란'을 경고하며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경쟁 금융지주사 회장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몸 낮추기'를 해 왔던 강 행장이 금융계 '큰 형님'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것. 이날 참석한 지주사 회장들은 강 행장보다 나이가 어리고, 김 금융위원장(행시 23회) 역시 강 행장(행시 8회)의 후배다.
하지만 이번 금융협의회에서는 주재자인 김 총재를 제치고 본인에게 시선이 쏠리게 될까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 행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시종일관 무언으로 대응하다 "이 집 주인에게 물어 보라"고 답했다. 강 행장 본인은 '손님'의 위치에 머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협의회의 목적도 대책 논의가 아닌 정보 교류 및 현안에 대한 의견교환으로,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강만수 산업은행장, 래리클레인 외환은행장,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이주형 수협신용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태형 농협 신용대표이사는 불참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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