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업체들 긴장…"원가 부담에 죽겠는데 그럼 싼것만 팔란 말이냐"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이제는 신제품 출시도 못 하겠네요. 언제까지 기업만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식품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일부 식음료 제품의 편법 가격인상 의혹에 대한 집중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리뉴얼' 또는 '업그레이드'를 통한 제품 가격인상에 편법이나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식품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그동안 국제 곡물가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정부의 압력으로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신제품 출시에도 정부의 검열(?)을 받아야 할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렵게 개발해 첫 선을 보인 제품의 판매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는 않을지 업체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프리미엄급 라면 '신라면 블랙'을 내놓은 농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신라면 블랙'의 가격책정 자료와 성분내역 자료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신제품을 출시한 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 고무적이었는데 조사까지 한다고 해 혹여나 판매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 15일 대표 제품 신라면의 프리미엄급 '신라면 블랙'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존 신라면의 2배 이상 비싼 가격인 봉지 당 1320원임에 불구하고 최근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대형마트 등에 입고된 1차 물량이 다 소진되는 현상을 보였다.
농심은 이 같은 인기에 따라 이달 말부터 TV 광고를 시작하고 본격적인 바람을 일으킨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 가격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조사에 나서자 '정말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신라면 블랙은 라면시장을 떠나는 수요층을 붙잡기 위해 한끼 식사로 충분한 영양을 제공하자는 의도에서 개발하게 된 것"이라며 "리뉴얼이나 업그레이드를 통한 편법 인상이라면 보통 기존 제품이 단종되게 마련인데 대표 제품인 신라면의 생산을 과연 그만둘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새로운 콘셉트의 장 발효유 제품 'R&B'를 선보였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제품이 출시된 지 오래되다 보니 기능성이 떨어져 지난 5년간 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한단계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게 된 것"이라며 "기능성이 뛰어난 신제품을 선보인 것이지 편법으로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농심의 '신라면 블랙'은 출시되자마자 신라면 전체 매출액의 30~50% 가량을 차지했으며 한국야쿠르트의 'R&B'도 메치니코프 월평균 판매량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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