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정지선식(式)' 공격 경영을 시작했다.
최근 잇따른 계열사 흡수합병을 통해 덩치 키우기에 나서는가 하면, 6500억원을 들여 판교 대형쇼핑몰도 인수했다. 오는 8월에는 대구점을 오픈한다. 지난 10여년간 '정중동(靜中動)' 전략을 견지해 온 현대백화점이 최근들어 유통강자로 군림하기 위한 공격경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10일 1998년 인수했던 현대DSF(현대백화점 울산점)를 흡수합병했다. 이어 다음날에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식품업체인 현대그린푸드가 현대F&G를 역시 흡수합병했다.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하나로 합쳐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그린푸드의 합병은 백화점 그룹내 식품사업의 수직계열화 완성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5일에는 '판교 알파돔시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현대백화점은 6500억원을 투자해 백화점, 할인점, 영화관, 쇼핑몰 등 복합쇼핑몰을 일괄 인수하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AK플라자 분당점이 양분하고 있는 분당과 판교일대의 백화점 상권을 이번 쇼핑몰 인수로 어느정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일련의 공격적인 변화를 두고 정지선식(式)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업계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03년 부회장으로 승진, 경영총괄을 하면서도 '드러나지 않는' 경영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의 사촌들과 비교해 빠른 승진과 어린나이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가 회장직에 오를 2007년 당시 사촌 형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부사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이다. 범 현대가(家) 3세 가운데 가장 빨리 회장직에 오른 만큼 부담도 적지 않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시무식 직후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아 임직원들과 연탄배달을 하고,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헌혈캠페인에 참석하는 등 대외활동에 적극나서고 있다. 인수합병과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는 정지선식 공격 경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수년간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해왔고, 향후 투자를 위해 모아둔 '실탄'도 적지 않다"며 "유통, 미디어, 종합식품, B2B, 미래신성장사업 등 5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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