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값은 싸고 원자재값은 뛰어···임금협상도 변수
속도 모르고 실적좋다 칭찬···“이익은 꽝인데 한숨”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조선업체 CEO들은 올 들어 수주도 많이 하고 실적도 좋고, 잘 나간다는 외부 인사들의 격려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올 1ㆍ4분기에 수주량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고, 같은 기간 경영실적도 좋아 영업이익률도 9~15%대의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선 CEO들은 이러한 수치가 모두 "겉보기만 그럴싸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이들은 한결같이 직원들과의 대화할 때마다 "향후 이어질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이 지난달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올해 경영계획 설명회에서 전한 연설에서는 이러한 조선 업계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최 사장은 "올해는 불황기에 상대적으로 선가가 떨어진 시기에 수주한 선박이 본격적으로 건조되는데, 국제선가가 20% 이상 하락한 데다가 환율 하락 물가상승으로 채산성이 위협 받고 있다"며 "건조 척수 및 생산물량은 크게 증가하겠지만 매출ㆍ채산성은 지난해보다 악화돼 원가구조가 취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조선사들의 두자리 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은 올 하반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4월 이후부터 각 조선소들은 2008년 하반기 이후 저가에 수주한 선박 건조를 본격화 하는데 당시 선종별로 선가는 2008년 상반기 대비 최고 절반이 떨어졌다.
어떻게 해서라도 일감을 따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었지만 부담은 부담이다. 이 물량들이 회사의 실적 보고서에 반영되면 장부상의 실적은 20~30% 하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반면 배를 만드는데 드는 후판과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으니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졌다. 조선사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한장섭 한국조선협회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포스코를 찾아가 후판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배경에는 CEO들의 이러한 절박감이 담겨 있다.
여기에 선박 건조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숙련공들의 고령화도 CEO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부문 남자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20.6년, 해양부문은 19.8년에 달하며 대우조선해양은 17.7년, 현대미포조선이 15.25년에 달한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연말 수백명의 직원이 정년을 마치고 회사를 떠나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 숙련공을 뒷받침해줄 젊은 직원들의 유입은 많지 않아 고령화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젊은 직원과 숙련공을 이어질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급 직원들의 부족까지 겹쳐 생산능력 저하까지 우려되고 있다.
노조도 지난해 임단협에서 조합원들이 양보한 부분을 올해는 반드시 쟁취하겠다며 강하게 밀어 부치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경우 이미 올해 임금협상안을 마련해 사측에 통보했으며 현대중공업 노조도 외부기관과 함께 임단협 안을 작성중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에서 시작된 사내하도급 문제가 조선업계에 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회사측도 혹시라도 모를 사태 확산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조선업계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예견된 바 대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CEO들도 이러한 위기의 기간을 되도록 짧게 가져가기 위해 다각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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