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더스틴 니퍼트(두산)의 기세가 매섭다. 3전 3승을 거뒀다. 다승 선두. 평균자책점도 1.59에 불과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국내 적응력. 매 경기 투구 수를 늘려가며 에이스로 거듭난다. 첫 등판한 2일 LG전은 78개. 8일 KIA전에서는 99개로 21개 더 많아졌다. 13일 롯데전은 113개였다.
승승장구의 힘은 무엇일까. 13일 롯데전 뒤 니퍼트는 슬라이더를 손꼽았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후반 슬라이더와 직구를 섞어 던졌는데, 슬라이더가 특히 잘 먹혔다”고 했다. 주 무기는 아니다. 지난해까지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었다. 주로 던진 구질은 직구,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구사는 약 1%에 불과했다. 선발 등판서도 약 2%에 불과했다. 국내 무대는 달랐다. 13일 롯데전에서 던진 수는 22개. 커브(12개)와 체인지업(10개)보다 더 많았다.
과감한 변화는 선수, 코치들의 조언으로 이뤄졌다. 가장 영향을 미친 건 포수 양의지. 커브, 체인지업보다 더 위력적이라 판단, 슬라이더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다. 니퍼트는 이를 적극 수렴했다. 연습피칭 등을 통해 조금씩 볼을 다듬었다. 결과는 훌륭했다. 203cm의 큰 키에서 뿌리는 빠른 포심 패스트볼, 파워커브 등과 어우러져 매서운 무기로 발전했다. 특유 완급조절까지 더 해지며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바빴다.
다수 전문가들은 올 시즌 예상 승수로 15승 이상을 예측한다. 날씨가 풀리면 공의 위력이 더 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양의지와의 찰떡 호흡은 덤. 믿는 구석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적극적인 국내야구 수용력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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