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긴 기다림 끝에 맞은 개막전. 결과는 참담했다. 이승엽(오릭스)과 김태균(지바 롯데) 모두 상대 에이스 공략에 실패하며 무안타에 그쳤다. 이승엽은 12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경기에서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 3타수 무안타 2볼넷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17승으로 리그 공동 다승왕에 오른 왼손 와다 쓰요시의 호투에 매 타석 고전했다. 타격은 소극적이기까지 했다. 5회부터 10회까지 나선 세 타석에서 연속 삼진을 당했다. 3타석 연속 삼진은 지난해 5월 30일 세이부전 뒤로 약 11개월 만이다. 먹구름이 내린 건 김태균도 마찬가지. 지바현 QVC 마린필드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무안타로 체면을 구겼다. 상대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의 벽을 넘지 못하며 홈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바롯데는 4-6으로 졌다. 오릭스는 연장 혈투 끝에 2-2로 비겼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승엽은 2008년과 2009년 개막전에서 모두 무안타였다. 지난해는 벤치 신세까지 졌다. 김태균도 지난해 4타석 연속 삼진보다 향상된(?) 기량을 보였다.
박지성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13일 새벽(한국시간) 잉글랜드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33분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린 박지성은 긱스의 침투패스를 받아 가슴 트래핑한 뒤 환상적인 왼발 발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챔피언스리그 통산 4호 골. 네 골 모두 토너먼트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놀랍다. 4강전 2골(AC밀란, 아스날), 8강전 1골(첼시), 16강전 1골(AC밀란)로 순도가 높았다. 유독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재확인한 셈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지성에 대해 "역시 빅매치 골잡이임을 스스로 재입증했다. 환상적인 결정력"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새벽을 깨우는 '캡틴 박'의 활약. 축구팬의 불면의 밤은 계속된다.
추신수(클리블랜드)가 최현(LA 에인절스) 앞에서 체면을 구겼다. 추신수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연속 안타 행진을 3경기로 마감하며 분루를 삼켰다. 타율은 1할8푼4리. 상대 포수로 출전한 최현은 5회 내야안타를 때리며 타율 2할5푼을 기록했다. 그는 3회 수비서 도루 저지로 추신수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정확하지 못한 송구를 보였지만, 유격수 메이서 이스투리스의 재치 넘치는 태그로 가속도를 이기지 못한 주자를 아웃시켰다. 추신수의 시즌 첫 도루 실패. 한편 클리블랜드는 선발 미치 탈봇의 8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4-0으로 승리, 8연승을 내달렸다.
참 신기한 팀이다. 중심타자가 부진하니, 활기가 돈다.
안지만(삼성)의 변신은 화려했다.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 선발로 출격한 그는 6이닝 3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탈삼진 5개는 덤. 선발로 승리를 챙긴 건 2009년 5월 7일 대전 한화전 뒤로 706일 만이다. 상승세의 LG를 잡아 기쁨은 두 배였다. 경기 뒤 안지만은 “얼마만의 선발승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장원삼이 복귀하면 불펜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 때까진 선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IA는 아킬리노 로페즈의 8이닝 5피안타 2실점 선전에 힘입어 넥센을 7-3으로 꺾었다. SK는 정근우의 솔로 홈런 포함 4안타 2타점 3득점 2도루 맹활약과 짐 매그레인의 5이닝 7피안타 7탈삼진 1실점 호투로 한화를 6-1로 눌렀다. 이날 LG의 패배로 SK는 단독선두를 달렸다. 두산과 롯데는 연장 혈투 속에 4-4, 시즌 첫 무승부를 기록했다.
예견된 변신이다. 지난해 92이닝을 던졌다. 정우람(102이닝, SK)에 이어 구원투수 최다 소화를 뽐냈다. 그나저나 5,016일 만에 맛본 LG의 1위는 삼일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강원FC 김상호 신임 감독이 최순호 전 감독의 '이상 축구'를 큰 틀에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최 전 감독은 승부보다 '재미있는 축구'를 추구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창단 첫해인 2009년과 지난해 각각 13위와 12위에 그쳤다. 올 시즌도 개막 뒤 4전 전패 무득점이라는 부진에 빠졌다. 결국 그는 스스로 '시즌 초 자진사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그 배경에는 수비를 중시하는 올해 '실리축구'의 득세가 깔려있었다.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지난 주말 울산현대에 0-1로 패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타협은 없다"고 외쳤다. 그는 1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상 축구가 K리그에 맞지 않는다지만 선진 축구에선 이를 현실화해내고 있다. K리그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강원팬들은 지더라도 화끈하게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를 최순호 축구의 계승자라고 정의내렸다.
이상과 현실은 옳고 그름의 관계가 아니다. 최순호 전 감독의, 그에 대한 강원팬들의 믿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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