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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인하 첫날 '잡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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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력에 굴복···준비 안된 일선 주유소 '혼란'

[아시아경제 산업부 기자]국내 정유4사가 7일 00시를 기점으로 기름값 인하에 돌입했지만 시행 첫날부터 일선 주유소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정유사들이 정부의 '몰아붙이기식' 압력에 굴복, 부랴부랴 인하 정책을 시행하느라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님을 맞은 탓이다.


7일 오전 SK직영 주유점에서는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SK에너지가 정유사중 가장 먼저 할인 방침을 밝혔지만 카드결제시스템 구축이 채 되지 않아 소비자는 당장 카드결제할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OK캐쉬백 카드가 없는 소비자를 위해 현장에서 즉시 엔크린보너스카드를 발급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카드 발급 후 등록까지 적게는 2일 많게는 5일이 소요돼 그 기간 동안에는 포인트 적립이 안돼 무용지물이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7일 이른 새벽 기름을 넣기 위해 A주유소를 찾은 회사원 정모씨(35세·서초구)는 "자정부터 기름값이 할인된다고 해서 늦은 시각 찾아왔는데, 막상 카드결제할인을 하려고 보니 관련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더라"고 토로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다양한 종류의 카드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카드사와 협의중"이라며 "카드결제할인 일괄 적용을 위해서는 1~2주 정도의 시스템 구축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판매가가 아닌 공급가를 인하한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에서도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정유사가 7일 00시를 기점으로 휘발유·경유 제품 가격을 인하했지만, 일부 주유소에서는 전날과 동일한 가격을 받고 있어서다.


주유소 측은 "통상 정유사 공급가가 일선 주유소 판매가로 반영되려면 1~2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며 "기존 구입한 재고가 주유탱크에 남아 있는 데다 그 기름은 비싼 값에 사왔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당장 가격을 내리기는 힘들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주유소 밀집 지역에서는 다른 주유소의 상황을 지켜보며 가격 할인 시기를 가능한 늦추려는 '눈치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한 주유소 사장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창덕궁에 있는 B주유소를 찾은 이모씨(42세·종로구)는 "정유사가 공급가를 내리더라도 일선 주유소가 가격 할인에 동참하지 않으면 결국 가격인하 정책은 도루묵"이라며 "토끼몰이식 정부 압박에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내렸지만 소비자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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