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유소에선 혼선···인하체감 시간 걸릴 듯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오현길 기자]#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GS칼텍스 셀프주유소. 시계가 7일 00시를 알리자 주유소 직원은 재빨리 가격표 숫자를 교체했다. 전날까지 리터(ℓ)당 1979원 하던 보통휘발유 가격은 1879원으로 정확히 100원이 빠졌다. ℓ당 1847원 하던 경유값도 1747원으로 확 내렸다.
GS칼텍스가 이날부터 앞으로 3개월간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와 경유제품의 가격(공급가)을 ℓ당 100원씩 할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유소 직원은 "전산처리시스템에 변경된 금액을 적용하려면 5~10분 소요된다"며 "넉넉잡아 밤 12시 30분 이후부터는 소비자들이 할인된 금액으로 주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로 꼽히는 여의도 SK 경일주유소. 24시간 운영하는 이 주유소는 할인이 예정된 7일 자정이지만 가격표는 전날과 동일하다.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2295원, 자동차용 경유는 2115원으로 전날 판매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
SK는 신용카드 할인이나 OK캐쉬백을 통한 적립 방식으로 할인 혜택을 적용하기 때문에 주유소 표시가격은 변동 없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는 휘발유·경유 제품을 표시된 가격보다 ℓ당 각각 100원씩 싸게 살 수 있다.
◆바빠진 주유소, 가격표시판 일제히 교체=7일 00시를 기점으로 주유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정유4사가 이날 자정을 기점으로 동시에 가격인하에 돌입하면서 일선 주유소들이 할인된 금액 적용에 나선 것이다.
당장 24시간 영업을 하는 주유소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GS칼텍스 등은 할인된 가격이 적용된 가격표시판으로 즉시 교체했다. SK에너지는 소비자들이 할인·적립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 발급 가능한 카드 등을 배치하고, 현수막을 걸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각 사별로 7일 오전부터 본격화될 할인정책에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로 기름값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주유소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었는데 이번 할인 정책을 통해 수요가 되살아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영업점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영업점 혼선 빚어=국내 정유4사가 일제히 7일 00시를 기점으로 할인에 돌입했지만, 각 사별로 할인 방식이 달라 혼동되는 데다 SK주유소의 경우 카드결제시스템 구축 미비로 당장 카드결제할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OK캐쉬백 카드가 없는 소비자를 위해 현장에서 즉시 엔크린보너스카드를 발급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카드 발급 후 등록까지 적게는 2일 많게는 5일이 소요돼 그 기간 동안에는 포인트 적립이 안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SK 측은 "다양한 종류의 카드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카드사와 협의중"이라며 "카드결제할인 일괄 적용을 위해서는 1~2주 정도의 시스템 구축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매가가 아닌 공급가를 인하한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에서도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다. 정유사는 7일 자정을 기점으로 휘발유·경유 제품 가격을 인하했지만, 일부 주유소에서 전날과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통상 정유사 공급가가 일선 주유소 판매가로 반영되려면 1~2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일선 주유소에서 재고 소진 등을 이유로 당장 판매가를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 공급가가 내리더라도 일선 주유소가 가격 할인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기름값 인하를 체감할 수 없다.
7일 새벽 기름을 넣기 위해 동네주유소를 찾은 회사원 정모씨(35세·서초구)는 "자정부터 기름값이 할인된다고 해서 늦은 시각 찾아왔는데, 막상 카드결제할인을 하려고 보니 관련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더라"며 "운전자들이 기름값 인하를 체감하기 위해선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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