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43주년 기념사서 ‘경쟁의식’ 강조
“포스코의 지난 영광 모두 잊어라”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그동안의 성장전략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임직원들에게 강력한 의식개혁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1일 포스코 창립 43주년 기념사를 통해 “우리가 지난 40여년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절박감, 벼랑 끝에 스스로를 세워놓고 맡은 바 소임을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며 “세계 철강경쟁력 1위, 가장 존경받는 철강기업 등 회사에 주어지는 찬사는 잊어야 한다. 오늘의 성과가 미래의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1위 기업인 포스코의 경쟁력에 안주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정 회장은 싸움에서 이기고 뽐내는 자는 반드시 패한다는 ‘교병필패(驕兵必敗)’의 고사성어를 제시하며 “위기는 어려울 때가 아니라 방심했을 때 찾아온다. 포스코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서 과거의 성취에 취해 안주하지 않았는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철강 경쟁구도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쟁전략은 무뎠다”고 말했다.
성장의 한계점은 다가오는데 돌파(Breakthrough)할 수 있는 기술개발은 빠르지 않았고 지식생산성을 크게 높이지 못했으며, 세상은 점점 단일화돼 가는데 원료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포스코의 시야는 좁았고 발걸음은 느렸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제품을 판매하던 시대에서 가치를 판매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은 바뀌었는데 발상의 전환은 더뎠다며 포스코의 경영전략에 대대적인 허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변하자고 수많은 구호와 시도는 만들었지만 정작 새로운 환경을 선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전개될 2~3년은 지속성장하느냐, 성장정체에 빠지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지속성장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계 제로의 불확실성 시대에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근본부터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완벽주의, 현장중시, 노사화합 등 우리가 지켜온 기본가치에 더욱 충실하여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기업상을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은 경쟁의 DNA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지난 40여년은 앞만 보고 열심히 뛰었다”며 “하지만 어느새 우리의 전후좌우에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생겨났다. 이제는 경쟁의 DNA가 필요할 때다. 매일 생존경쟁을 벌이는 아프리카대륙의 가젤과 사자처럼 남보다 빠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나만 잘하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자세가 아니라 남을 이길 수 있는 경쟁전략과 핵심역량을 갖추고 시장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 회장은 ‘지식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의 시장가치가 매출총액이나 종업원의 숫자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창의적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며 “업-장-동의 확장은 외형만이 아니라 지식생산성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글로벌 정보시너지(GIH)를 토대로 패밀리사가 협업해 콘텐츠 확장을 이루고 미래의 먹거리까지도 동시에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윤 이상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회사 창업정신인 ‘제철보국’ 속에는 이윤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핵심이념이 담겨있다. 회사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가치는 배제(Or)가 아니라 공생(And)이었다”며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지만 융복합시대, 개방의 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사업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고객사, 공급사, 협력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동반성장의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상호 윈윈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100년 기업의 전통을 만드는 것은 좋은 설비와 자금만으로 부족하다. 강인한 정신력으로도 불가능하다. 그 속에는 혼이 담겨야 한다”며 “우리가 세운 비전 2020의 목표는 결코 달성하기 쉬운 목표가 아니며, 지금까지 걸어온 익숙하고 편안한 방식을 고집한다면 우리의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포스코인의 가슴 속에 면면히 흐르는 불굴의 의지를 오늘에 되살려 새로운 목표를 향해 힘차게 도전하자”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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