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준영 기자] 일본 정부가 전후 최악의 재난을 극복할 경제 로드맵을 짜고 있는 가운데 재원 조달 방안을 놓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고 31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내각은 지난주 재난 복구 비용이 16조엔 (한화 약 212조원) 에서 최대 25조엔 (한화 약 332조원) 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초기 복구비용만도 3억엔 (한화 약 40조원) 에 이른다.
간 나오토 총리는 13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지진 복구 뉴딜 (New Deal)정책’으로 대표되는 경기 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안. 정치권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투자은행들은 세금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 국채 20조 엔 발행하라=집권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당은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20조엔의 복구 자금을 마련한뒤 시중에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장기적인 디플레이션 (통화량 축소에 의해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돈을 꾸는데 대한 위험성은 낮다고 말한다.
싱가포르 다이와 캐피탈의 경제학자 프라센짓 바수는 "1997년 5156조엔에 달했던 명목 국내 총생산 (GDP) 이 지난해에는 4792조엔으로 줄었다" 며 "일본은행의 통화 팽창 정책이 명목 GDP를 끌어올릴 것" 이라고 주장했다.
◆아니다.세금 인상해야 한다=그러나 투자은행 등은 세금 인상을 통한 재원마련을 주장한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정부가 100조엔의 자금을 마련하고, 판매세를 2% 포인트 올린 7%로 끌어 올려 복구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채를 발행할 경우 안그래도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육박한 국가부채를 더 늘리게 된다.
현재 일본 금리는 거의 제로 수준이지만 경기 회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만큼 이런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일본 기업들이 돈을 꾸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자율을 낮춰봐야 일본 불황 탈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세율인상안을 지지했다.
실제로 1% 이자 담보대출은 1990년대 69%에서 지난 10년간 43.7%로 하락했고 2010년 3월에는 42%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1980년대 버블 경제를 종식할 것인지 아니면 세번째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것인지 일본경제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분석한 가운데 열쇠를 쥐고 있는 간 나오토 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안준영 기자 daddy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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