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호주달러가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호주가 일본 재건 특수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호주의 고금리를 노린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재현되면서 호주달러는 미국 달러화 대비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3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호주달러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호주달러당 1.033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호주가 지난 1983년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래 29년만에 최고치다.
호주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호주달러ㆍ엔 환율은 이날 장중에 85.80엔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5월 5일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엔화 대비 호주달러는 겨우 2주만에 14%나 급등했다.
◆日 재건 특수 기대감=호주 경제는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호주달러 가치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수출 상대국의 원자재 수요가 증가할수록 높아진다.
세계은행은 일본 대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가 1220억~23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지진 피해 복구에는 막대한 원자재가 필요하다. 특히 호주산 석탄과 철광석 수요는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지금 일본은 이를 화력 발전으로 대체해야 한다. 가동이 중단된 후쿠시마(福島) 원전들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일본에 월 87만t의 LNG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LNG 수요도 호주가 대부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정책 변동성이 적고 다량의 가스전을 갖고 있는데다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다.
◆부활한 엔 캐리 트레이드=대지진 이후 엔화는 일본 기업들의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엔 역송금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했다. 지난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ㆍ엔 환율은 장중 한때 79.21엔까지 떨어지면서 종전 역대 최고치인 1995년 4월 19일의 79.75엔을 하향 돌파했다.
엔화 가치가 폭등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등 선진 7개국(G7) 중앙은행은 지난 18일 새벽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10여 년만에 시장 공조 개입을 승인한 뒤 즉각 시장개입에 나섰다. 이들 중앙은행은 적어도 250억 달러 상당의 엔화를 매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엔화가 다시 급등할 경우 각국 중앙은행이 언제든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엔화에 투자하는 대신 저금리(0~0.25%)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4.75%)의 호주달러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활성화한 것이다.
캐나다 소재 스코샤은행의 카밀라 서튼 수석 통화전략가는 "호주달러가 강세를,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당분간 '호주달러 강세,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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