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코미디 영화 '위험한 상견례'가 정식 개봉 하루 전날 흥행 2위에 오르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개봉하는 '위험한 상견례'는 하루 전날인 30일 전국 331개 스크린에서 2만 1557명을 모아 2만 1789명을 모은 '킹스 스피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위와 불과 200여명 차이밖에 나지 않아 공동 1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위험한 상견례'는 개봉하기도 전에 벌써 누적 관객이 13만 7195명이다. 정식 개봉도 되지 않은 영화가 어떻게 연일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라 있을까.
정식 개봉 전날 밤 일부 상영관에서 심야 상영으로 관객을 모으는 것은 미국 극장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개봉 전 주에 1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정식 개봉과 다름 없는 '변칙 개봉'을 하는 것은 국내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는 투자배급사업과 극장사업을 동시에 하는 대기업 간의 경쟁 때문이다. 이들 회사는 자사 배급 영화의 점유율이 급락할 경우 후속작을 미리 앞당겨 개봉하는 것으로 만회한다.
'위험한 상견례'를 배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달 10일 임창정 김규리 주연의 '사랑이 무서워'를 내놓았으나 30일까지 40만명도 모으지 못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료시사의 방식을 활용한 변칙 개봉은 홍보에서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정식 개봉 전에 관객수를 끌어올려 흥행 수치를 유리하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흘 이상의 유료 시사를 진행한 영화가 개봉 첫날 단 하루만에 해당 수치를 낸 것 으로 착시현상을 만드는 것이다.
화제작들이 정식 개봉보다 한 주 먼저 상영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개봉 전 공개하는 유료시사는 영화에 대한 반응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배급사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한 영화계 관계자는 "유료시사의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인데 '위험한 상견례'는 최근 사례 중에서도 무척 큰 규모라서 자칫 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대규모 유료시사가 일반화되면 대기업 배급사를 통하지 않은 영화는 상영관을 빼앗기며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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