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공유제에 반대...대기업 퇴직임원들의 '재능기부' 독려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손욱(67) 전 농심 회장(사진)이 중소기업들의 경영 자문에 나서면서 꺼낸 화두는 '낚시론'이다. 중소 기업의 자생력은 외부의 일방적인 자금 지원이 아닌 성장 가능한 경영 노하우 전수에서 비롯된다는 평소 지론을 강력하게 피력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공유할 이익을) 계산하기 어렵고 실천하기도 녹록치 않다"며 반대했다.
2010년 농심에서 물러나 서울대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해온 손 전 회장이 경영자문위원이란 타이틀을 달고 경영 현장에 복귀했다. 29일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의 '2011년 경영자문단 신규자문위원 발대식'에 참석한 그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그리고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간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림원 등에서도 중소기업 자문을 해온 손 전 회장은 중소 기업이 처한 열악한 경영 환경의 타개책으로 '공정 거래'를 꼽았다. '갑과 을'로 대변되는 부조리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 성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손 전 회장은 일본 사례를 열거하며 공정 거래를 애써 외면하는 일부 대기업에 일침을 놨다. 그는 "일본 대기업들이 협력사와 맺은 공정거래 계약서를 보면 대부분의 조항이 '갑'인 대기업의 권력 남용을 막는 내용으로 채워졌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직 관계에서 수평 관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주장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이건희 회장이 옳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대신했다.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부정과 긍정을 떠나 도대체 무슨 말 인지 조차를 모르겠다"며 초과이익공유제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손 전 회장은 "대기업의 이익을 나눠주는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듭 '낚시론'을 강조했다.
손 전 회장이 참여한 경영자문단은 대기업 퇴직 임원들이 1대1 교육을 통해 마케팅ㆍ기술 등 경영 전반의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무료로 가르쳐주는 조직이다.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은 '재능 기부'로 평가받는다.
손 전 회장은 "중소기업은 우리 전체 기업의 90%, 고용 인력의 8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라면서 "대기업 임원들의 재능 기부는 이 허리를 튼튼하게 가꿔 경제 강국의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역별로 중소 기업인들이 모여 대기업 퇴직임원들과 활발하게 토론하는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대기업 은퇴 임원들은 50~60대로 아직 사회에서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의 경영자문단은 지난 2004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4650회 경영 자문을 통해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손 전 회장을 비롯한 20여명의 자문위원이 추가되면서 총 자문위원도 12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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