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무담보 소액대출 이른바 미소금융 은행인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설립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70세)가 총재직에서 물러나라는 방글라데시의 정부와 법원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29일 심리를 재개한다.
이번 심리에서 유누스는 그라민은행의 미래를 위해 그의 퇴임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원만한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도 그의 퇴진이 합당한 것이라고 판결할 경우 그는 총재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등 국제사회가 그를 지지하고 있어 어떤 판결이 나올 지 주목된다.
영국 BBC방송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외신은 28일(현지시간) 유누스가 29일 대법원 심리에 앞서 각 외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라민 은행의 미래를 위해 리더십의 자연스러운 이전을 이행해야 한다"며 강제 퇴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리더십 자연스럽게 이전해야’=그라민은행 설립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누스는 WSJ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그라민은행의 830만 명의 대출자”라면서 “그라민은행의 안정적 미래를 위해 소란이 있는 강제 퇴임이 아닌 자연스러운 리더십의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글라데시 정부와 중앙은행은 유누스가 올해 3월 은퇴 나이를 넘겼기 때문에 퇴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는 “그라민은행은 830만 대출자가 은행을 제어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용되는 곳”이라면서 “외부에서 강제적으로 이를 제어하려고 하면 은행을 믿고 일어서려는 빈곤층은 제어력을 잃게 될 것인데, 그렇다면 이들의 이익은 누가 돌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라민은행 무담보 대출한다=1983년 유누스가 경제학자로서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이유는 방글라데시의 빈곤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사람에게 무담보로 소액대출을 해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유누스는 BBC인터뷰에서 “세계 모든 주요 은행은 담보가 있어야만 대출을 했지만, 그라민은행은 이런 관념을 깨고 담보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라민은행의 무담보 소액대출 시스템은 빈곤층을 없애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돼 주변국들이 이를 배우기도 했다.
그라민은행의 예금은 14억 달러이며, 2500개 지점을 통해 8만1000개 마을의 830만에게 대출하고 있다.
은행의 지분은 대출자가 75%, 방글라데시 정부가 25%를 가지고 있다.
◆정치적 분쟁없는 원만한 합의 원해=유누스를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모임인 ‘그라민의 친구(Friends of Grameen)'는 유누스의 퇴임 판결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자멜 후크 그라민은행 회장은 정부가 선임했으며, 유누스와 적대적인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유누스가 인기를 업고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고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부 마이크로크레디트 운영 금융기관이 부과한 과중한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에서 빈민 대출자가 자살하자 유누스를 향해 "빈민들의 피를 빨아먹었다"고 강하게 비난한 인물이다.
WSJ가 유누스에게 '방글라데시 총리인 셰이크 하시나와의 정치적 갈등이 문제가 되고 있냐'는 질문에 유누스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표명했다.
유누스는 “나는 이미 여러번 정치적 열망이 없음을 강조했고, 정치적으로 누구도 위협하고 싶지 않다”면서 “두 번이나 연임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와 정치적 분쟁을 겪고 싶지 않으며 완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유누스는 “그라민은행은 지난 30년간 헌신적이고 능력이 검증된 리더십에 의해 운용돼 왔다”면서 "적임자를 찾기 전까지는 그라민은행 총재직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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