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졌던 불교, 청와대 법회..관계 개선될까?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여권과 등을 졌던 조계종이 28일 청와대에서 법회를 열어 주목된다.

조계종 포교원장인 혜총 스님은 이날 낮 청와대를 방문해 청와대 불자들의 모임인 '청불회' 회원들과 춘계법회를 가졌다.

조계종 종단 스님이 청와대에서 법회를 연 것은 2009년 현각 스님이 청와대 직원들을 대상을 법회를 한 이후 처음이다.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은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 등이 삭감된 후 조계종이 정부·여당과의 대화 거부를 선언하고, 여권 관계자들의 사찰 출입도 금지시켰다.

혜총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최근 시작한 100일 기도를 통해 구현 중인 '5대 결사(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의 결사)'의 정신을 설명하면서 "한국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보존 유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혜총 스님은 특히 "(우리) 문화 가운데에서도 불교 문화는 1700년 된 우리 민족의 문화"라면서 "올바로 인식하고 올바로 보존해서 영원토록 변치않는 한국 문화를 이어가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청불회 회장인 홍상표 홍보수석은 인사말을 통해 "문제라는 것도 크게 생각하고 근본에서 살피면 모두 찻잔 안에 작은 흔들림이고 푸른 하늘을 떠가는 잠깐의 구름"이라며 "청불회도 앞으로 불교와 정부간 소통의 장을 넓히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또 "우리 불교는 호국 불교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 불교가 2000여년 동안 면면히 역사를 이어오며 오늘날 최대의 민족종교가 된 것은 모두 이러한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불교 또한 오직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보살피는 한마음 뿐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면서 "이러한 한 마음 안에서 우리가 어떤 문제인들 극복해 나가지 못할 게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날 법회에는 박인주 사회통합수석과 청불회 부회장인 이성권 시민사회비서관, 김영수 연설기록비서관 등이 참석했으며, 혜총 스님의 즉석 제안으로 천안함 희생장병과 일본 대지진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도 진행했다.

조계종측은 "불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신행활동일 뿐 정부에 대한 조계종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법회를 계기로 불교계와 여권이 화해 무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조영주 기자 yj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