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 직장인 박모씨(30)는 최근 동료와 연말정산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개인연금펀드에 대해 알게 됐다. 세금 혜택과 장기운용 등에 투자매력을 느끼고 가까운 대형 은행을 찾아 문의했지만, 해당 펀드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은행의 계열 운용사 펀드만 한참 권유 받던 박씨는 결국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렸다.
은행과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의 '계열사 밀어주기'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열사 펀드를 10조원 어치 이상 팔고 있는 대형 은행들의 계열사 판매 비중은 지난 2008년 초 펀드 붐 때 보다 오히려 늘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판매사별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 비중이 50%를 넘어선 곳은 지난 2008년 초 펀드 붐 당시 11개 사에서 지난 1월31일 14개사로 증가했다.
신생 운용사의 등장과 판매 창구 다양화로 시장 자체가 변화한 것도 사실이지만, 대형 운용사와 은행 및 증권사 사이의 해묵은 관행은 좀체 개선되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경우 계열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판매비중이 47.87%에서 72.2%로 크게 늘었다. 설정 원본 역시 11조4308억원에서 13조6793조로 20% 증가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계열 운용사인 KB자산운용의 펀드 판매 비중이 31.92%에서 46.43%로 큰 폭 증가했다.
삼성증권 역시 삼성자산운용의 펀드 판매 비중이 56.4%에서 58.39%로 늘었고 기업은행의 IBK자산운용 펀드 판매 비중도 56.46%에서 60.15%로 늘었다.
이밖에 올해 1월31일 기준 대한생명보험(한화투신운용), 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자산운용), 현대해상화재보험(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계열사 판매비중이 7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고, KTB투자증권(KTB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 농협중앙회(NH-CA자산운용)가 6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보험(삼성자산운용), 동양종합금융증권(동양자산운용), 유진투자증권(유진자산운용), 흥국증권(흥국투신운용), 한국산업은행(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도 전체 판매 펀드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계열사 상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펀드 자금이 의미 있는 흐름 없이 주가를 따라가는 '재미없는 시장'이 반복되자 계열사 펀드의 실적을 두드러지게 만들어 투자자들의 시선을 잡으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면서 “최근 국내외 신규 펀드가 속속 출시되면서 계열사 상품을 추천해주는 이른바 '캠페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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