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동양종금증권은 23일 "일본 대지진 이후 IT 섹터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면 이제 우려는 잠시 내려놓을 타이밍"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본격적인 생산 재개 등 일본의 실물 회복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부품 재고는 다소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설명이다.
이도한 애널리스트는 일본 증시에 대해 "원자력발전소를 중심으로 한 추가적인 리스크가 제한적인 가운데 지진 이후의 복구 과정에서 일본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며 투자 심리 역시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일본 토픽스 업종 지수를 보면, 복구 과정의 수혜 기대를 반영하며 건설업이 지진 이전 수준을 크게 회복했으며 기계, 철강 업종 등도 강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그는 "특히 지진 이전 266.7을 기록하던 토픽스 증권업 지수가 전날 255까지 반등하며 지진의 충격으로부터 96%에 가까운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심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업종이 증권업 임을 감안하면 투자 심리는 이미 지진 이전 수준을 상당 부분 회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물 부분 역시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는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과 경합을 벌이는 업종은 IT, 자동차, 기계, 조선, 화학, 철강 등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공교롭게도 이들이 모두 장기간의 설비투자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며 "최초의 설비투자나 재해에 따른 복구 이후 정상적인 수율이 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995년 1월 고베 지진 이후 일본 증시는 지진 발생 약 5개월 이후부터 반등을 시작했는데, 이때 토픽스 업종지수 내 전자, 운수장비, 기계, 화학, 철강 등은 지진 발생 이후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이같은 결과가 "투자 심리는 회복됐으나 실물의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일본 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산업의 상대적인 호황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정유, 철강, 화학, 기계, 자동차 등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업종의 주요 종목 들이 지진 이후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며 일본 지진에 따른 영향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IT 섹터"라고 강조했다.
지진 이후 IT섹터의 대표주 들은 오히려 시장 수익률을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생산 차질에 대한 상대적 수혜와 함께 핵심 부품의 수급 공백을
동시에 우려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에 대해 "실제로 최근 IT섹터의 재고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이나 매출원가 대비 전체 재고자산의 비중은 크게 낮은 반면 원재료 재고자산의 비중은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으로부터의 공급 차질이 걱정되는 부품들이 원재료 재고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부품의 공급 차질에 따른 우려는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예상되는 대형 세트 및 핵심 원재료(반도체, 디스플레이)업체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그는 "중장기적 안목에서의 수혜는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중소형 장비, 부품 업체로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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