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이 바다까지 위협하고 있다. 22일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원전 방수구 남쪽 100미터(m)지점 바닷물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된 방사능 물질 중 요오드-131은 법정기준의 127배를 상회했고 세슘-137은 16.5배, 세슘 134는 24.8배에 달했다.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어간 방사능 물질은 우리나라 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국내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 해역까지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후쿠시마 남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가 주로 동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쿠시마 원전 북동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흐르는 오야시오 해류 역시 태평양 내부나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설명이다. 또한 해수 유입 방사능 입자 확산경로를 통해 유추한 결과, 유입된 방사능 입자는 4월 한달 가량 후쿠시마 연안 지역에 정체됐다가 오야시오 해류를 만나 남하한 후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태평양 내부로 유입된다.
국토해양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내놓은 관측도 비슷하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해역 인근에는 동해와 북서 태평양을 잇는 쓰가루해협이 있다. 그러나 쓰가루해협은 동해 바닷물의 '출구'역할을 하고 있어 방사능 물질이 거꾸로 유입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답변이다.
방사능 물질이 어류 등 바다속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먼저 방사능이 바다로 유입될 경우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해양연 김영일 박사는 "방사능 물질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상당량이 퇴적물로 가라앉는다"고 설명한다. 세슘이나 플루토늄 등은 바닷물에 잘 녹아 있을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주변의 부유물질에 흡착돼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반면 가라앉지 못하거나 플랑크톤에 붙은 방사능 물질은 어류 등의 체내로 들어간다. 바닷물에 잘 녹는 방사성요오드도 마찬가지다.
한 번 체내로 들어간 방사능 물질은 먹이사슬 위쪽으로 갈수록 축적량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어류 등이 우리나라 해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이 역시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산과학원 황도훈 박사는 "후쿠시마 앞바다의 어류들이 동해로 회유해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며 "대부분의 어종들이 북태평양 해류를 타고 알래스카 쪽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어류 체내에서 방사능 물질이 얼마나 머물러 있는지도 관건이다. 황 박사는 "요오드는 반감기가 8일로 짧아 한 달 정도 있으면 체내에서 거의 없어진다"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으로 길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앞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가 북태평양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앞바다까지 돌아오기까지는 최소 100년의 시간이 걸린다. 황 박사는 "만약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어류라고 해도,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만큼 동해까지 올 일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수산물 수입이다. 김 박사는 "동해 수산물 오염 우려보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수산물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의 위험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생태와 냉동명태, 냉동고등어 등 일본에서 수입하는 수산물들에 대한 방사능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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