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이민아 인턴기자, 김현희 인턴기자] 일본 지진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기미를 보이면서 '구호산업' 활성화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사실상 도시 재건이 필요한 일본에서 자재ㆍ중장비ㆍ생필품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이미 늘어나는 주문을 눈으로 확인하는 단계다.
현대중공업은 19일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일본에 이동식 발전설비 10대를 제공하기로 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후쿠시마 원전에 가스터빈 발전기를 지원키로 했다는 보도를 접한 현대중공업 측이 미국보다 거리가 가까운 우리가 지원을 하면 전력난이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지원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구호산업'을 염두에 두고 지원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향후 재건사업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과 삼화콘덴서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삼성중공업 이홍연 차장은 "아직 일본 재건사업에 대한 국내 수요를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장기적으로 자재조달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삼회콘덴서 이준교 마케팅 팀장은 "일본 피해상황을 봤을 때 적층세라믹콘덴서(MCLL) 시장의 20% 정도가 한국 대체수요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수주가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도호쿠 지역에 중장비 등의 부품공장이 몰려있어 당장 국내 부품업체로 납품 요구가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 중장비 하부구동체 생산업체인 동일금속의 정태성 공시책임자는 "크레인 등 재건사업에 필요한 장비에 들어갈 금속을 생산하는 현지 경쟁업체들이 대부분 도호쿠나 후쿠시마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주문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보근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크롤러 크레인은 토목, 건설현장, 발전소 등에서 굴삭기를 따라 후속 작업에 사용되는 건설중장비로 최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감소됐던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일본 대지진은 향후 피해지역 재건과 함께 대규모 건설중장비의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사업에 필요한 것은 자재나 중장비뿐만이 아니다. 부탄가스ㆍ건전지 등 구호물품을 취급하는 회사들 역시 구호산업 활성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탄가스 수출 업체인 대륙제관 사정환 기획팀 과장은 "일본 지진으로 도시가스 및 전력이 크게 파손돼 현재 부탄가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3월 중순에서 4월 말까지 500만관 이상의 수주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 과장은 또 "일본 전력 상황이 정상적으로 복구되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이 수요가 적어도 3~6개월 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용 로케트전지 과장은 "지진 이후 발주된 물량만 144만불에 이른다"며 "당분간 건전지에 대한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물량을 맞추기 위해 24시간 풀가동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호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산업'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들의 무상 지원이 향후 재건사업 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상 지원으로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올라가면 재건사업에 필요한 물품에 대한 국내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 지진 피해지역에 화장지, 기저귀 등 생필품 5톤을 보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식수 11만병을 외교통상부를 통해 전달했다. 또 SK텔레콤은 일본 통신회사들의 통신망 복구를 지원하고 나섰으며, GS칼텍스와 S-OIL 등 정유회사들은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 난방유, 휘발유, 항공유를 긴급지원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생수 5000상자와 담요 2000장을 지난 주 일본행 비행기에 실어 보냈다.
성정은 기자 jeun@
이민아 기자 malee@
김현희 기자 faith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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