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때문에 피신 못하는 직원에 친필 서신 보내
트위터 통해 日 지진 피해 애도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박용만 ㈜두산 회장이 일본 현지 채용 직원들에게 직접 보낸 서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용만 회장은 지난 19일 일본 현지에서 채용한 15명의 직원들에게 "가족 모두의 대피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 서신을 보냈다.
앞서 지진해일이 일어난 직후 박용만 회장은 형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조카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과 함께 일본내 거래사와 지인들에게 위로 서신을 보냈다. 이어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도쿄와 요코하마에 있던 주재원 전원을 오사카로 이동시켰으나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들은 살던 집과 가족들 때문에 이동할 수 없었다.
사연을 전해들은 박용만 회장은 곧바로 직원들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든 뒤 노트북으로 서신을 정리했다고 한다. 직원을 통해 전달할 수 있었으나 크나큰 충격으로 1분 1초가 불안한 직원들에게 CEO가 직접 서신을 보내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것이라는 소망 때문이었다. 일본 국민들이 이메일 보다는 종이에 적힌 글을 더 선호한다는 점도 고려해 메일 끝에 친필 서명도 스캔해 동봉했다고 한다.
박용만 회장은 서신에서 "최고 경영자인 저에게는 직원 여러분과 가족의 건강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저는 여러분들이 가족과 함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오사카든 어디든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었으나, 그럼에도 여러분들께서는 가족과 여러 사정을 고려하고, 소중한 고객과 거래선을 위해 여전히 현지를 지키고 계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감사드리며,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또한 여러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러나 여러분과 가족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은 저의 마음이자, 책무다. 여러분과 가족이 대피하시기로 하면 그에 따른 비용은 전액 회사에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두산 관계자는 "한국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서신을 보내는 세심한 배려에 일본 직원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현지 임원들이 전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박용만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국민들에게 안타까움과 빠른 복구를 소망하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일본의 피해가 가슴 아프다하니 조상님들이 지하에서 원망한다 야단치고, 일상의 얘기를 하니 같이 살아가는 삶을 생각하라고 야단친다. 정치권력과 상관없는 보통 사람의 고통은 다 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이든 어디든 가슴이 아파야 맞는것이다"고 전했다.
또한 "트윗서 말을 멈춘 적이 몇 번 있다. 천안함 때와 연평도 때 그랬다. 수다가 정말 가당찮았다. 근데 이번에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이유는 제쳐두고, 며칠이 지나도 침묵만이 편안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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