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할리우드 영화가 독식하고 있는 3월 극장가에 두 편의 한국영화가 대조적인 결과를 얻고 있어 이목을 끈다.
개봉 전 아무도 흥행을 예견하지 못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다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반면 관심을 모았던 임창정 김규리 주연의 '사랑이 무서워'는 흥행에 크게 실패한 것이다.
20~30대 젊은 관객을 겨냥한 상업영화가 흥행 참패하고 비주류 저예산 영화로 분류된 작품이 1달 이상 장기 흥행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순재 명품연기로 장기흥행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을 영화로 옮긴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개봉 3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또다시 상승세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개봉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1일 하루 전국 234개 스크린에서 1만 7058명을 모아 누적 관객수 104만 8076명을 기록했다.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월드 인베이젼' '킹스 스피치' '레드 라이딩 후드'에 이어 4위에 올랐던 이 영화는 21일 일일 관객수 3위로 올라섰다. 지난 주 5위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관객수 역시 '월드 인베이젼'과 '킹스 스피치'가 지난 18일에 비해 1만명 이상 감소한 데 반해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1000여명 줄어들었을 뿐이다.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년의 사랑'이라는 비주류 소재를 그린 멜로 영화라는 점 때문에 제작비를 투자받는 것이 쉽지 않아 결국 주연배우들의 출연료를 줄이는 등 순제작비 11억 원의 저예산으로 완성됐다.
멜로 영화 자체가 국내 영화계에서는 비주류로 여겨지는 데다 이순재 송재호 윤소정 김수미 등 주연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60대라는 점 등이 개봉 초 흥행에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했다.
교차상영으로 종영 위기까지 처했던 이 영화는 관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3주차부터 조금씩 상승세를 기록하더니 한때 일일 관객수 2위까지 치고 올랐으며 개봉 6주차를 맞아 다시 3위로 올라섰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강풀 작가의 웹툰을 영화로 옮긴 작품 중 최초로 100만 관객을 넘어선 작품이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간 높은 인기나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영화로 옮기기 까다로운 작품이라는 점을 지적받았던 강풀 작가의 작품이 '강풀 징크스'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리게 된 것이다.
고소영(아파트, 64만명) 차태현 하지원(바보, 97만명), 유지태 이연희(73만명)도 해내지 못한 것을 노익장의 이순재가 해낸 것이다.
◆ 임창정식 코미디 '사랑이 무서워' 흥행 저조
임창정 김규리 주연의 코미디 ‘사랑이 무서워’는 개봉 초 부진을 면치 못하며 흥행순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사랑이 무서워’는 21일 하루 1만명도 채 모으지 못하고 7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날 관객수는 9920명으로 누적 관객수 33만 1714명에 그쳤다. 현재로서는 50만명을 넘어서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사랑이 무서워'는 평범하다 못해 찌질하기까지 한 남자가 미녀와 사랑을 이룬다는 판타지를 그린 전형적인 임창정표 코미디다.
홈쇼핑 시식모델 상열(임창정 분)이 평소 짝사랑하던 미모의 홈쇼핑 톱모델 소연(김규리 분)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임창정은 최근 들어 '청담보살'(136만명)과 '불량남녀'(49만명) 등에서 연이어 '찌질남' 캐릭터의 코믹 연기를 펼쳤으나 관객들로부터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들 작품의 흥행 추이는 뚜렷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순재의 명품 멜로 연기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임창정의 변함 없는 코믹 연기는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랑이 무서워'는 임창정의 눈에 익은 코미디 연기뿐만 아니라 허술한 시나리오와 부족한 연출력도 지적받고 있다. 자극적인 화장실 유머, 과장된 몸개그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며 진부한 극 전개, 식상한 임창정식 코미디와 결부돼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두 영화의 상반된 결과는 한국영화계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다. '진심'은 통하지만 '계산'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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