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로열패밀리> 3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18년간의 복잡한 과거사를 한 주에 압축한 속도전 덕에 <로열패밀리>는 겨우 3회 만에 극 전개의 더 강력한 피치를 올릴 수 있는 동력을 두 개나 얻을 수 있었다. 그 하나는 이제 막 JK가에 반격을 시작한 인숙(염정아)의 복수극이며, 다른 하나는 지훈(지성)과 얽혀있는 그녀 과거의 미스터리다. 그리고 이 두 개의 플롯을 관통하는 핵심 열쇠는 인숙이라는 다층적 욕망의 캐릭터다. 극 시작과 함께 이름도 없이 K로 불렸던 인숙이 ‘마리’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자 그동안 그녀의 수난사 뒤에 스쳐지나갔던 극의 세밀한 설정들은 당장 흥미로운 복선으로 꿈틀거린다. 봉사회의 ‘금광 인맥’, 로열패밀리 변호사를 “이 집 사람들 코푸는 손수건”이라 칭했던 순간의 통찰력, “사람 목숨 구하는 걸로 늘 동아줄을 잡는구나”라는 공회장(김영애)의 냉소, 엄마를 외치는 어린 아이 뒤에 숨어 눈물을 흘리던 인숙의 회상 등은 앞으로 천사의 가면 뒤에 여러 겹으로 가려진 인숙의 진짜 얼굴이야말로 이 드라마 갈등 ‘지분율의 최상위’에 놓일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인숙이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자 그동안 중심 갈등 아래 미세혈관처럼 얽혀있던 주변 인물들의 욕망과 캐릭터까지 더 생생해졌다. JK 클럽운영권을 둘러싼 ‘JK가 여자들’의 싸움은 더 노골적이 되고 그 뒤에서 말을 아껴온 형제들의 욕망과 갈등 또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로열패밀리의 아귀다툼’은 더 치열해졌다. 갈등에 두께를 입히는 데 성공한 <로열패밀리>의 추후 과제는 끝날 때까지 이 속도감으로 이야기의 밀도를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이다. “멈출 수 없다면 달릴 수밖에” 없다던 인숙의 대사처럼.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