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예탁금 편법 운용…이자 차액 반환 방침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내 은행들이 고객의 돈으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은행들이 투자자예탁금 별도예치 제도를 악용해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이자의 84%를 편취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이 의원에게 제출한 펀드 투자금 관리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은행들은 투자자예탁금을 증권금융회사에 맡겨 87억원의 이자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정작 돈을 맡긴 고객들에게는 17억원의 보통예금 이자만 줬다.
투자자예탁금 별도예치는 고객이 금융기관에 맡긴 펀드 투자금을 금융기관의 고유재산과 구분해서 관리하는 제도다. 해당 금융기관의 부실로 고객 투자금의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기본적으로 증권금융회사에 예치·신탁하도록 돼있다. 다만 해당 금융회사가 신탁업을 영위할 경우 자기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들은 신탁업 라이선스가 있으므로 투자자예탁금을 증권금융회사에 바로 맡기지 않고 일단 자기계약을 통해 보통예금에 넣어둔 뒤 해당 금액만큼을 증권금융회사에 다시 맡겼다. 보통예금 이자는 1%도 안 되지만 증권금융 이자는 이보다 다섯배나 많다.
투자자예탁금을 증권금융회사에 바로 맡기면 그 이자를 고스란히 고객에게 줘야 하기 때문에 자사 보통예금으로 돌려 은행들이 중간에서 이자 차액을 가로챈 셈이다.
법적으로 투자자예탁금 신탁의 자기계약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의 이 같은 행태가 위법은 아니지만 도덕성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은행들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그간 보통예금에 묶어놨던 투자자예탁금을 증권금융회사에 별도예치하고 이미 챙긴 이자수익은 고객에게 모두 돌려주기로 했다. 기존에 고객에게 지급한 보통예금 이자와 은행이 실제로 벌어들인 이자의 차액을 반환키로 한 것이다.
자사 계좌가 있는 고객에 대해서는 바로 입금해주고 계좌가 없거나 연락이 안 돼 반환이 어려운 경우 일정기간 홈페이지 등에 공시한 뒤 잡수익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이 잡수익은 3년의 소멸시효가 끝난 뒤 사회공헌이나 미소금융재단 출연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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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남 의원실에 따르면 11개 은행은 아직 투자자예탁금 이자 편취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올해 안으로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이자 지급 관행을 개선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은행이 찰나의 이자 차익에 눈이 멀어 이 같은 편법 운용을 자행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그동안 은행이 투자자예탁금 운용내역 공시 의무도 소홀히 한 정황이 있어 금융당국에 공시 강화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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