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감동에도 그레이드가 있다. 막연히 가슴만 울려서는 여운이 길지 않다. 웃음과 재미가 더해진 가슴찡한 감동만이 영화의 잔향을 오래도록 머금을 수 있게 한다.
바로 백업 선수 출신의 복서가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감동실화 '파이터'가 그런 영화다.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책임진다.
영화 '파이터'는 미국의 유명 권투선수 미키 워드의 성공기를 영화화했다. 백업 선수 출신의 복서 미키(마크 월버그)와 전직 복서인 말썽쟁이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가 가난과 역경 속에서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특히 '파이터'는 비단 감동 뿐 아니라 억척스러운 엄마와 2남 7녀의 대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고뭉치 가족의 모습이 현실감있게 그려졌다. 흡사 한국의 대가족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에피소드들로 관객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고 있다.
가장 먼저 관심을 끄는 인물은 바로 크리스찬 베일이 완벽하게 그려낸 디키 에클런드. 한때 화려한 시절을 보낸 권투 영웅에서 이제는 온갖 사고만 치고 다니는 허풍쟁이 큰아들인 디키는 엄마와 여동생을 비롯해 여전히 온 가족의 영웅으로 대접받으며 재기에 대한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막내 미키 워드의 트레이너로 활동을 하면서도 번번히 복싱 연습 시간을 펑크내기 일쑤인 디키는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장남의 의무감,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이런 디키의 모습은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캐릭터로, 얄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최고의 사고뭉치의 모습을 선보인다. 크리스찬 베일은 미키를 생생하게 스크린 위에 펼쳐내 보이면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또한 장남의 무게감 외에도 시누이와 올케의 알쏭달쏭한 관계는 '파이터'의 가족에서도 드러난다. 미키가 여자친구 샬린을 만나면서 가족의 뜻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싱을 하려 하자 온 가족의 화살은 여자친구 샬린에게로 돌아간다. 결국 막내를 빼앗겼다고 느낀 집안의 여자 식구들은 샬린의 집에 쳐들어가 동생에게서 떨어지라며 몸싸움까지 펼치는 모습이 나온다. 여자들만의 질투의 세계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는 걸 느끼게 하며 공감 어린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온갖 사건사고를 달고 다니며 막내 미키의 권투인생에 방해만 되는 듯한 가족들도, 가족간의 애증 어린 갈등의 원인이 된 여자친구도 결국에는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쳐 있음을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진하게 느끼게 한다.
이렇듯 때로는 벗어나고 싶은 그늘이지만, 언젠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파이터' 속 가족은 한국의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한 공감을 전하며 웃음과 재미의 포인트가 되어주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스토리와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탄탄한 연출력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남녀 조연상을 석권한 '파이터'는 한층 커진 감동과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10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 h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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