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영화 '파이터'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휩쓴 크리스천 베일이 다시 한번 뛰어난 연기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화 '파이터'는 백업 선수 출신의 복서 미키(마크 월버그)와 전직 복서인 말썽쟁이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가 가난과 역경 속에서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미키의 형 디키 역의 크리스천 베일과 엄마 역의 멜리사 레오는 남녀조연상을 차지했다.
특히 멈출 줄 모르는 크리스천 베일의 수상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1월 68회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남우조연상 수상을 시작으로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시카고, 플로리다를 비롯한 8개 지역의 비평가협회와 온라인영화비평가협회, 미국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1974년생인 크리스천 베일은 1987년 400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캐스팅된 '태양의 제국'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는 그를 위해 1회성으로 최우수 아역상을 만들어 그에게 시상했다.
이후 2000년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에서는 소름 끼치는 여피족 연쇄살인마를 연기해 박수를 받았고 '이퀼리브리엄' '머시니스트' 등에서는 색다른 연기로 주목받았다. 블록버스터와 작가주의 영화, 독립영화를 오가는 폭넓은 연기는 그의 명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특히 '다크나이트' '터미네이터4' 등 대작에서 보여준 인상 깊은 연기는 그의 대중적인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크리스천 베일은 다양한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유난히 골든글로브,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시상식에서는 작품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게 '파이터'는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크리스천 베일은 할리우드 배우로서 최고의 영예인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뿐 아니라 골든글로브상을 양손에 들고 생애 최고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
'파이터'에서 그는 한때 전도유망한 권투선수였으나 마약에 찌들어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디키 역을 맡았다. 디키는 현역 복서인 동생의 트레이너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매번 사고를 일으켜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한때 동생의 영웅이었던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며 다시 복귀할 것이라고 큰소리치지만 현실은 엉망진창이다. 마약중독에 빠진 것도 모자라 폭행은 물론 경찰을 사칭해 강도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크리스천 베일은 이같은 디키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몸무게를 14kg이나 감량해 핼쑥한 외모를 만들고 불량하고 헐렁하며 건들거리는 동네 한량의 말투를 만들어냈다. '다크나이트'의 배트맨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철없는 문제아이면서 따뜻한 가족애를 지니고 있는 디키 역을 완벽하게 연기한 그에게 각종 시상식은 기꺼이 트로피를 안겼다. '파이터'는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가 정점에 올랐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10일부터 국내 관객들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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