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지난 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재 유예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카다피는 제재 유예를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 세력을 진압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보려 애쓰고 있지만 유엔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눈초리는 차갑기만 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에 모든 조치를 고려하라는 주문을 했고 중동 민주화 시위가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반정부 세력을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국제 유가는 리비아 시위세력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하루만에 다시 반등했다.
◆리비아, 친정부 세력과 반정부 시위 세력 간 계속되는 공방전=알 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리비아 반정부 시위 세력은 거점인 벵가지에서 라스라누프로 최전선을 옮겼다.
라스라누프는 리비아의 재원이자 카다피의 자금원이기도 하다. 정유공장과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해 있어 친정부 세력과 반정부 시위 세력간 충돌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트리폴리를 장악한 친정부 세력은 최루 가스와 총을 사용해 시위세력을 진압하고 있다. 친정부 세력은 트리폴리 북서부에 위치한 자위야도 진격했다. 자위야는 정유시설 요충지다. 이곳에서 벌어진 충돌로 반군 세력 지휘관을 포함한 18명이 사망했으며 12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리비아 북부 시드라만에서도 공방전이 펼쳐졌다. 반정부 세력은 시드라만 군기지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살해당한 20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카다피 유엔 제재 유예 요구하는 서한 보내=카다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과 관련 제재 유예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카다피는 서한에서 "친정부 세력은 약간의 무력을 동원했을 뿐"이라며 유혈사태를 축소화시키려 했고 카다피 측근의 여행 금지와 해외자산 동결 조치등을 시행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유예를 요청했다.
또한 카다피는 또 반정부 진영에 합류한 현 유엔 주재 자국 대사 대신 알리 압두살람 트레키 전 외무장관을 유엔 주재 대사로 임명한다고 유엔에 통보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펜타곤에 모든 조치 고려할 것” “중동 민주화 시위는 민주화 세력에 큰 기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카다피에게 다시 한번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펜타곤에 리비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옵션(full range of options)’을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리비아에 폭력은 멈춰져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낼 것”이라고 밝히며 중동 민주화 시위 세력을 지지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는 미국에게 큰 기회를 주고 있으며 이집트는 미국과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시 진정된 국제유가 다시 상승=4일 국제유가는 29개월 최고치로 올랐다. 평화중재안 소식에 국제유가가 진정되는 듯 보였으나 리비아 시위세력간 충돌이 계속되며 다시 상승했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은 전일 대비 2.51달러(2.46%) 급등한 배럴당 104.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8년 9월26일 이후 최고치였다. WTI 가격은 이번주에만 6.7% 올랐으며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4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5달러을 돌파했다. 전일 대비 1.16달러(1%) 오른 배럴당 115.95달러로 마감됐다. 브렌트유 가격은 이번 주 3.4% 올랐으며 6주 연속 상승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동 반정부 시위 사태가 바레인이나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은 주요 원유 생산국으로 확산되면 유가가 배럴당 140∼150달러 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의원 기자 2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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