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3>에 ‘올인’할 수 있도록 5억을 드리겠다”

3년 연속 <슈퍼스타 K>의 심사위원이 된 이승철과 윤종신.

때론 변화에 대한 요구가 옵션이 아닌 필수인 경우가 있다. 올해로 출범 3년째가 된 Mnet <슈퍼스타 K 3>가 그렇다. <슈퍼스타 K 2>의 많은 요소를 차용한 MBC <위대한 탄생>이 완성도와는 별개로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었고,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신입사원’, SBS <기적의 오디션>, KBS <스타 오디션> 등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을 앞두거나 준비 중이다. 오디션 열풍의 시발점이었던 <슈퍼스타 K>가 원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베이스 삼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변화 중인 후발주자와는 차별화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3일, 상암 CJ E&M 센터에서 진행된 <슈퍼스타 K 3>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즌 1, 2에 이어 연출을 맡은 김용범 CP, 역시 지난 시즌에 이어 심사를 맡은 이승철, 윤종신,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을 맡은 김기웅 사무국장은 음악계에 다양성을 불어넣는다는 화두 아래 <슈퍼스타 K 3>의 변화 요소를 밝혔다.

가창력만큼 중요한 다양한 음악적 매력과 개성

팀컬러를 잃어버렸던 서바이벌 방식과 우승을 하고도 미비한 활동은 3번째 시즌이 고쳐야 할 가장 큰 문제다.

<위대한 탄생>을 비롯한 후발주자의 물량 공세에 뒤떨어지지 않는 가장 가시적인 방법은 역시 규모의 확대다. <슈퍼스타 K 2>의 우승자 상금은 2억이었다. <위대한 탄생>은 음반제작비 2억을 포함 상금 3억이었다. 그리고 <슈퍼스타 K 3>는 순수 상금만 3억에 음반제작비 2억을 더해 5억을 제시했다.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상금에 버금가는 부상 역시 준비 중이다.”(김용범 CP) 하지만 이를 소모적인 힘겨루기로 치부하긴 어렵다. “대한민국 음악 시장을 위해 좋은 가수를 발굴하는 것”(김기웅 사무국장)이 <슈퍼스타 K>의 의무라는 걸 전제로 깔고, “대국민 오디션답게 생계유지가 필요한 분들도 ‘올인’할 수 있는”(김용범 CP)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번 상금 규모 확대의 이유다. 특히 서인국, 조문근 등 시즌 1 출신 가수들의 활약이 미비하고, 시즌 2 우승자 허각 역시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 등장하지 못했던 전례가 생긴 상황에서, 많은 인재의 도전을 부르기 위해선 파격적 혜택으로 동기부여를 줄 필요가 있다. 오디션 접수 기간을 늘린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지난 해 오디션 접수 기간이 3월 2일부터 6월 3일까지였다면 올해는 3월 10일부터 6월 28일까지 약 2주 더 진행한다. 양질의 오디션을 위해서는 “파이를 키우는 것”(김용범 CP)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원자가 많아지는 것과 다양해지는 건 조금 다른 문제다. 이번 시즌이 과거 시즌, 그리고 후발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장 차별화되는 건 음악적 개성의 다양화를 위해 팀 단위 도전자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시즌 1부터 가장 아쉬웠던 건 그룹이다. 보컬을 빼면 미션을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이승철)는 지적처럼, 시즌 2의 타란튤라를 비롯한 그룹 도전자는 슈퍼위크 때 찢어져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음악적 매력이 아닌 가창력만이 심사 기준이 되면서 “발라드나 록발라드 쪽이 많이 합격되는”(김용범 CP) 불균형이 생겼다. “에릭 클랩튼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아니”(이승철)라는 말은 팀 단위를 유지하는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설명한다. 중요한 건 팀이냐 솔로냐가 아닌, 가창력 외에 연주, 댄스, 멤버 시너지 등 다양한 음악적 매력과 개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오디션 홍수 속에서 원조가 살아남는 길

멘토링 강화와 같은 시도는 <슈퍼스타K 3>가 지난 시즌보다 더 다양하고 다이나믹한 인물들을 발굴해낼 수 있을까.

심사위원의 멘토링 강화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위대한 탄생>이 차별적으로 발전시키긴 했지만 <슈퍼스타 K 2>에서도 심사위원이 자기 곡에 대한 멘토가 됐다”(김용범 CP)고 설명하긴 했지만 어쨌든 멘토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이상 <위대한 탄생>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의 맥락 안에서 차별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2의 ㅇㅇㅇ를 뽑아주는 건 관심 없다. 시류 편승하는 타입에게는 박하게 갈 거고, 희소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겠다”(윤종신)는 심사위원은 지난해 강승윤의 ‘본능적으로’ 무대를 만들어냈다.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를 일반적인 방법으로 가르치기보다는 개성에 맞춰 가꿔주고 장점을 극대화”(김용범 CP)하는 방식으로 조언하는 건,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슈퍼스타 K> 최대의 매력인 성장의 서사를 보여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계획과 약속만 본다면, <슈퍼스타 K 3>는 단순히 변화를 쫓기보다는 기존의 장점에 변화를 품을 듯하다. 김태은 PD를 포함해 시즌 2 제작진을 그대로 유지하며 인원만 늘린 제작진 구성도 그렇다. 다시 말해 오디션의 홍수를 헤쳐 나갈 올바른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중요한 건, 역시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과연 그들은 장재인보다 개성 있는 뮤지션을 발굴하고, 허각보다 감동적인 서사를 보여주며, 존 박보다 파급력 있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 아마도 시청자가 가장 바랄 다음의 약속부터 지키는 게 우선이겠지만. “올해 생방송에서는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김용범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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