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저조한 첫 성적표. 희망은 발견했다. 배우들의 힘이다. MBC 새 수목드라마 ‘로열패밀리’의 앞날은 그들의 손에 달려있다.
베일을 벗은 드라마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일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일 첫 전파를 탄 ‘로열패밀리’는 전국 시청률 7.0%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경쟁에서 꼴찌는 면했다. 함께 첫 발을 뗀 KBS ‘가시나무새’의 시청률은 5.9%. 반면 SBS ‘싸인’은 23.3%로 독주 태세 마련에 성공했다.
첫 잔은 썼지만 달콤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무난했다. 그 선봉장은 지성. 기존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탈피, 남성미 묻은 카리스마를 뽐냈다. 맡은 한지훈 검사 캐릭터에는 내내 생기가 돌았다.
인물은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모두 패스한 수재다. 향후 자신을 구원해준 어머니 같은 여인 김인숙(염정아 분)을 위해 JK그룹 안으로 뛰어든다. 인숙을 총수의 자리에 올려놓기 위해 그는 무한한 희생을 감수할 예정이다.
지성은 초반부터 캐릭터의 면모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특히 첫 장면에 그는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15년 전 자신을 살해사건 용의자로 만든 김성수(이문수) 의원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분노와 억울함을 동시에 표출했다. 협박과 압박을 통해 혐의를 벗고 스타 검사에 등극하는 모습에는 극의 힘으로 작용할 야망과 남성미가 모두 묻어났다. 극이 본격화되면 이는 더 빛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릭터 구축에 성공한 건 그간의 반성 덕이다. 지성은 24일 제작발표회에서 “지난해 MBC ‘김수로’를 마친 뒤 많은 생각을 했다”며 “심하게 매도 맞고 칭찬도 받으며 또 한 번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공부할 수 있는 갚진 시간이었다”며 “반성을 하며 좀 더 성숙했다”고 말했다.
노력의 흔적은 첫 방송에서도 쉽게 발견됐다. 캐릭터에 다정다감함을 곁들여 향후 인숙을 향한 돌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자신이 자란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위해 시도하는 율동, 손을 다친 김인숙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장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간 선보였던 다정한 미소와 부드러움으로 향후 인물 변화에 윤활유를 덧칠했다.
문제는 염정아다. 첫 방송에서 들쭉날쭉한 연기 기복을 노출했다. 재벌그룹 JK가의 며느리를 맡은 그는 집안 내 의견 피력에 실패하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 뒤 표정, 행동 등에선 다소 부족한 개연성을 보였다. 특히 헬기 사고로 숨진 김영필(조동호 역)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캐릭터 특성상 지나친 감이 적지 않았다는 평이다. 대사 톤 등에서도 일관된 감정의 흐름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지적 받는다.
‘로열패밀리’는 스토리 상 특성상 지성, 염정아 두 주연배우의 의존도가 높다. 파급력 발휘는 원만한 호흡에서 비롯된다. 한 배우의 변신만으로는 자칫 무난함에서 겉돌 수 있다. 복잡하게 꼬일 두 캐릭터의 이야기에 두 배우가 어떤 궁합을 발휘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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