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회 대정부질문 이틀째인 25일 외교통일안보 분야에선 이명박 정부의 3년간 대북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정당 의원들은 북한 위협에 대비한 '핵 무장론'에 방점을 찍은 반면, 민주당 등 진보정당 의원들은 남북관계 악화 원인을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돌리는 등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이날 대정부질문에선 18대 국회 최다선인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7선)과 정몽준 의원(6선)이 나란히 질의자로 눈길을 끌었다.
◆"北 급변 사태 대비"..'핵 무장론' 부상 = 우리나라의 빅핵화 선언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으면서 '핵 무장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의 세습체제 구축과 식량난 등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권의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스스로 책임지는 안보 지혜로운 안보 예측가능한 안보 국민 공감 안보 등 '신안보 4대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또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 사태 등 최근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정 전 대표가 이번 대정부질문은 앞두고 18~21일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핵무장 지지 응답은 66.9%로 반대 여론 29.0%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는 "우리의 핵무장은 다소 민감한 사안이지만 북핵이 폐기되는 순간까지 최소한 전술핵무기 재반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 전문가'로 알려진 송영선 의원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생존권 차원의 핵무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지금이라도 핵무장에 대한 공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북 압박정책 재고해야"..현인택 사퇴론 역설 =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명박 정부의 3년간 대북정책을 정조준했다. 이들은 악화된 남북관계의 원인이 현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에서 비롯됐다는 논리를 펴며 주무 부서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북한은 남한의 압박을 받는 기간 오히려 핵 능력을 강화했다"며 "정부 관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가 압박을 계속하면 북한이 붕괴하겠느냐. 대북 압박정책을 재고하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외교기밀 누설 논란 등을 거론하며 "남북 교류와 대화를 하기 보다 북한의 교류를 막고 단절하기 위한 분단부 장관이 아니냐"면서 "지난 2년간 정책실패로 국민과 대통령에 부담을 주고있는 통일부 장관은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한미FTA 추가협상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추가협상 조항 중 ▲픽업트럭의 수출과 수입 기준 문제 ▲미국 수입차 리콜시 객과적 근거를 사전에 통보하는 의무 ▲자동차 연비.온실가스 배출 기준 합의사항의 환경협정문 위반 문제 등을 캐물었다.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오타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매서운 질타가 이어졌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외교부가 영문본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완구류와 왁스류가 원산지로 인정받기 위해 비원자지 재료허용 비율 50%를 각각 40%와 20%로 틀리게 기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 상태로 비준안이 통과되면 우리 제품의 관세혜택 손해는 물론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도 "이런 기술적인 실수는 최소한의 기본이 부족한 것"이라며 "이 실수를 어떻게 만회할 것이냐"고 따졌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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