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가 은행에 '현찰'확보 지시한 까닭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국내 시중은행들은 이제 '현찰' 확보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시중은행장들에게 글로벌 유동성 규제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며 현금 등 안전자산 확충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23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은 본점에서 9개 시중은행장과 금융협의회를 갖고 "바젤Ⅲ가 진행중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는 유동성"이라며 "(국내 은행들은) 시간을 몇 년 벌었지만, 단기유동성비율(LCR) 규제시한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바젤Ⅲ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정한 새 국제건전성 기준으로, 국내 은행들은 오는 2015년까지 LCR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LCR은 위기상황에서도 쉽게 유동화될 수 있는 '고 유동성 자산' 보유액을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수치로 국내은행의 경우 대형은행이 76%, 중소은행이 75%(2009년말 기준)에 불과하다. BCBS가 제시하는 고유동성자산은 현금, 중앙은행 예치금, 국채 등이다.

김 총재의 이날 발언은 규제 시한이 약 4년 남았지만, 쉽게 유동화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을 확충해 유동성규제에 대한 빠르게 대응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또한 "주요20개국(G20) 회의만 하더라도 하루가 가고 나면 각국의 입장이 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일(변화)이 계속되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향을 잘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저축은행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라며 "금융당국이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협의회는 매달 한은 총재가 시중은행장들을 초청, 금융업계 및 경제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달 금융협의회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민유성 산업은행장,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김태형 농협신용대표이사, 이주형 수협신용대표이사 등 9개 은행장이 참석했다. 재일교포 주주 방문차 일본을 찾은 서진원 신한은행과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