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면화 가격이 역대 최고치인 파운드당 2달러를 돌파하면서 전세계 의류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각국 섬유업체들이 원면 확보에 나선 가운데 청바지·티셔츠 등 의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원면 5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17일(현지시간) 뉴욕 국제거래소(ICE)에서 일일 가격변동제한폭 7센트(3.6%) 오른 파운드당 2.0193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달러선을 넘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격 급등의 원인에 대해 원면 가공업체들이 물량 확보 경쟁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부 베테랑 트레이더들은 다음주에도 가격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며 사상최고값 경신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면화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71%, 올해에만 40% 상승하면서 세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최대 면화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급증한 반면 주요 생산국인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로 생산량이 감소했고 인도도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전세계 공급량은 부족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원면 농가가 높은 가격을 기대하기 위해 수확량을 비축하면서 공급부족 사태를 부채질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최대 면화 수출국인 미국의 경우 생산량의 3분의1 가까이를 차지하는 서부텍사스주 농가들이 선물거래를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카르스텐 프리슈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도 면화 생산농가들이 출하가격 인상을 노리고 재고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의 수입량 증가가 전세계 면화 공급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30년간 원면 가격은 파운드당 1달러 선을 넘은 적이 거의 없었기에 이같은 가격 폭등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데님의류업체 올라(Olah)의 로버트 안토샤크 상무는 “시장이 맹목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있지만 원인을 모르겠다”면서 “이같은 가격 급등은 기본적인 경제학적 이론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인 웨스트’·‘이지 스피릿’ 등 브랜드를 보유한 존스그룹과 데님브랜드 ‘리바이스’의 리바이스트라우스앤코 등 의류업체들은 이미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이후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밝혔다. 미국의 1월 의류 소비자가격은 전월대비 1% 상승했다.
세계 농산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카길·싱가포르의 올람인터내셔널·프랑스의 루이드레퓌스 등 글로벌기업들에게 이같은 가격 급등현상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기업 주가가 오르고 순익도 치솟고 있지만 원면가공업체들이 경영악화로 디폴트 상태에 빠질 위험도 커졌기 때문이다.
루크 매튜스 호주커먼웰스뱅크(CBA) 원자재시장투자전략가는 “시장 가격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 왔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2달러선을 돌파한 지금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는 섣불리 단정하기 힘든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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