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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春風 여기서 '바람' 안나면 사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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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금오산-섬진강변 흰 매화꽃도 악양들판 청보리도 이 바람 먹고 크지요

[여행]春風 여기서 '바람' 안나면 사람 아니다 하동 금오산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다도해 풍경. 한눈에 바다가 다 들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게 펼쳐진 풍광이 눈과 마음을 씻어내는 듯하다. 활짝 펼쳐놓은 푸른 비단 위에 먹으로 점을 찍은 듯 섬들 사이로 봄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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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강원도 동해안에는 100년만에 쏟아진 폭설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남녘땅에는 봄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봄은 마치 폭죽과도 같다. 봄날의 훈기가 폭죽의 심지처럼 타들어가다가 일제히 아우성처럼 봄꽃들을 피운다.

봄이 가장 먼저 딛고 오는 땅, 섬진강 끝자락 하동에서는 이미 봄이 심지에 첫 불을 댕겼다.


하동의 봄이라면 누구든 무르익은 섬진강변의 매화와 벚꽃잎이 분분히 날리는 10리 벚꽃길을 떠올린다. 여기에 푸릇푸릇 새싹이 움트는 야생차밭과 악양들판의 보리밭을 더할 것이다.

그러나 하동은 그 보다 더 매력적인 봄마중 명소가 있다. 그 아름다움은 화개 벚꽃터널과도 능히 바꿀 수 있을 정도다.


하동 금오산(金鰲山)이다. '쇠 금(金)'에 '자라 오(鰲)'자를 쓰는 '금오산'은 경북 구미에도, 전남 여수에도 있다. 유명세로는 구미나 여수의 금오산에 한참 못 미치지만,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으로 치자면 하동의 금오산을 단연 '첫손가락'에 꼽을만 하다.

[여행]春風 여기서 '바람' 안나면 사람 아니다


금오산은 해발 849m. 하동이야 해발 1000m를 훌쩍 넘는 연봉들이 물결치는 지리산에 안겨 있는 곳이라 이 정도 높이는 그리 대단치 않다. 하지만 바다를 끼고 있어 해발고도는 수준점 0m부터 차고 오르니, 정작 정상에 서면 그 높이의 까마득함이 새삼스럽다.


금오산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여러 길이다. 예전에는 군사시설로 인해 정상 접근이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거의 철거돼 산행에 제약이 없다.


등산로를 따라 3~4시간 산행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금오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차를 타고 쉽게 가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교면에서 포장도로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6.3㎞쯤 차로 오르면, 남쪽바다의 다도해가 말 그대로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정상에 닿는다.


길은 제법 잘 다듬어져 있어 쉽게 오를 수 있지만 핸들을 90번 이상 좌우로 틀어야만 정상에 닿을만큼 굽이굽이길이다. 운무가 짙거나 도로가 미끄러운 날에는 조심해야 한다.

[여행]春風 여기서 '바람' 안나면 사람 아니다


정상 아래에는 남쪽의 바다를 향해 잘 다듬어 만든 널찍한 나무데크 전망대가 있다. 해맞이 공원이다. 새해 첫날에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고 한다. 해맞이뿐만 아니라 휘영청 달맞이 하기에도 그만이다.


정상은 통신시설이 장악하고 있어 정상석은 해맞이공원 옆에 놓여 있다. 정상석에는 금오산 외에 옛 이름인 소오산도 함께 새겨져 있다.


금오산에서 내려다보는 비경은 단연 바다쪽이다. 지리산의 연봉들이 물결치는 북쪽도 좋지만, 그보다 남사면의 바다 쪽 풍경이 훨씬 더 매혹적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꼭 알맞은 정도의 거리' 때문일 듯. 바다의 풍경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다.


고기잡이배가 남기는 긴 물살의 꼬리가 눈에 들고, 점점이 뜬 섬들은 알맞게 배치돼 있다. 남쪽 바다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는다 해도 이만큼의 거리가 딱 일것이다.

[여행]春風 여기서 '바람' 안나면 사람 아니다


전망대에서 만난 주윤상(41)씨는 "푸른 비단위에 점점이 찍힌 섬들 사이로 싱그로운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며"다도해가 일망무제로 펼쳐진 저 바다에서 시작된 봄은 금오산을 넘어서면 바로 봄꽃들을 피울것"이라고 말했다.


차로 쉽게 올랐다 해도 해맞이공원 아래에 있는 옛 봉수대(경남도 기념물 제122호)와 미륵불은 둘러보는 것이 좋다.


전망대를 지나 등산로를 따라 석굴암 방면으로 0.6km쯤 내려가면 봉수대가 나온다.


산길로 접어들자 왼쪽으로 돌무더기가 부숴져 흘러내린 너덜이 장관을 이룬다. 15분쯤 산길을 따라 가자 봉수대다.


이 봉수대는 고려 헌종 때(1149년) 설치됐다.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동태를 감시하는 남해안 최전방의 봉수대였다. 과거 봉수대 파수꾼들이 사용하던 거처인 석굴암은 지금은 불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행]春風 여기서 '바람' 안나면 사람 아니다


봉수대에서 바라본 다도해의 조망은 감탄사가 절로 날 정도다. 남해라는 검푸른 양탄자 위에 방아섬, 굴섬, 나물섬, 솔섬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바다 건너에는 통영 사량도를 비롯해 사천 와룡산이 우뚝 솟아 있고 우측으로 남해도와 창선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산허를 가르는 왼쪽길로 가면 산기슭에 숨어있는 마애불도 만날 수 있다.


금오산을 보기 위해 하동땅까지 가라고 하긴 그렇지만 봄날이 무르익은 어느날 매화, 벚꽃을 보러 가신다면 부디 금오산을 올라보길 권해본다.


하동=글ㆍ사진=조용준 기자 asiae@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는 경부를 타고가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진입해 진주JC에서 남해고속도로 갈아탄다. 진교IC를 나와 남해방면으로 5분여 달리면 금오산 안내판이 나온다.


[여행]春風 여기서 '바람' 안나면 사람 아니다

▲볼거리=하동포구 팔십리길(화개장터 앞 나루터~광양만구간)을 따라 쌍계사를 비롯해, 화개장터, 야생차밭, 하동송림, 최참판댁이 있는 악양들판, 이순신 백의종군길 등이 이어진다. 금오산이 있는 진교면에는 백련리도요지가 있고 이순신장군의 노량해전으로 유명한 남해대교도 20분 거리다.


[여행]春風 여기서 '바람' 안나면 사람 아니다

▲먹거리=섬진강을 끼고 있는 하동은 재첩국과 참게탕이 유명하다. 재첩국은 여여식당(055-884-0080)과 하동할매재첩식당(055-884-1034)이 잘한다. 참게장과 탕은 개화식당(055-883-2061)과 동백식당(055-883-2439)이 명물맛집으로 손꼽힌다. 섬진강 건너 광양 만덕포구에는 벚꽃이 질때까지 맛볼 수 있는 강굴(벚굴)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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