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 조절 필요, “멸실주택·공급량 감소 등 근본문제 해결해야”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매년 반복되던 전세난이 해가 지날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임대활성화를 골자로 한 전월세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시큰둥하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전세난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세난의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시장에 ‘집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입주물량을 찾아 경기 등 외곽으로 빠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는 13만2000여명이 집을 찾아 타 지역으로 이동했다.
서울에서 집을 찾기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인한 멸실주택 증가다. 실제 지난 2008년 4월 총선거에서 쏟아진 ‘뉴타운 공약’으로 인해 2009년에만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은 250여개, 주택수만 23만가구에 달했다. 늘어가는 사업장으로 서울의 멸실주택은 ▲2007년 2만2973가구 ▲2008년 1만8098가구 ▲2009년 3만1061가구 ▲2010년 4만8689가구를 기록했다. 2008년부터 매년 1만 가구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이에 반해 공급량은 멸실주택을 훨씬 밑돌고 있다. 실제 주택공급은 ▲2007년 1만2145가구 ▲2008년 1만1669가구 ▲2009년 1만1074가구 ▲2010년 2만2539가구에 그쳤다. 예컨대 왕십리 뉴타운 지구의 경우 4275가구 가운데 3600여명이 세입자였지만 뉴타운 사업으로 들어설 임대아파트는 909가구에 불과했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멸실주택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멸실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서울시는 멸실량이 공급량보다 많을때 사업계획승인을 유예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활성화가 뒷받침돼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뉴타운의 경우에는 사업추진에 대한 우선 순위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개발조절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당장 필요한 입주물량은 물론 분양물량이 부족한 것도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원인이다. 2008년 서울의 입주물량은 10만3018가구였지만 2009년에는 5만7132가구, 2010년 3만4777가구로 급감했다. 올해의 경우 예상되는 입주물량이 5만가구를 넘어서고 있지만 대부분이 중반기 이후에 몰려있어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반 분양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08년 8839가구를 기록한 뒤 ▲2009년 8794가구 ▲2010년 1만1973가구 ▲2011년 1만9676가구(예상치)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입주까지 최대 3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필요한게 입주물량이라 신규분양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공급된 총 18만2000여가구 가운데 민간 건설사들이 공급한 물량은 계획대비 34%인 8만6000여가구에 그쳤다.
갈수록 짙어지는 집주인들의 ‘월세선호’현상도 전세난을 매년 부추기고 있다. 시중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1월 기준 전국 임대차 계약 구성비는 전세 57%, 보증부 월세(반전세) 40.2%, 순수 월세(사글세) 2.8%다. 2008년 1월과 비교해 전세는 2.4% 줄었지만 보증부 월세는 2.3% 높아졌다.
조민이 부동산일번지 팀장은 “개발사업으로 주택이 사라지고 입주나 분양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가장 큰 문제지만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현상도 이제는 전세난의 근본적인 문제가 됐다”며 “매년 반복되고 매년 강해지는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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