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 최근 직장을 강남으로 옮기면서 전셋집을 구하러 인근 부동산을 찾은 Y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개업소에 198㎡ 월세가 있는가 하면 보증금 7억원·월세 300만원을 내야하는 물건도 있어서다. Y씨는 3월에 들어갈 수 있는 73㎡ 오피스텔을 보증금 2000만원·월세 60만원에 계약하기로 했다. 애초에 전세를 얻길 원했던 Y씨는 월세 10만원을 내리는 대신 보증금 1000만원을 더 얹기로 합의를 봤다. Y씨는 매달 월세를 내야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난방이 안돼서 전기장판을 깔아야 한다는 중개업소 관계자 말에 괜한 박탈감이 들었다.
전세대란이 월세로 옮아가는 양상이다. 월세이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집주인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은행금리가 연 3~4%대에 불과하고 이자소득세 15.4%까지 물어야 하는 반면 월 1부로 세를 놓으면 대강해도 연 12%의 수익률이 가능해서다. 이에 따라 매월 목돈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서민층들의 월세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월세확대 현상은 월세이율이 떨어졌는데도 늘어나고 있다. 월세이율(%)이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월세금을 전세보증금과 월세보증금의 차로 나누어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월세이율은 지난 2006년 0.99%를 기록하며 1부이자(1%) 벽이 무너지고 나서 계속 하락했는데 올해 1월은 지난달과 비교할 때 0.01%포인트 하락한 0.94%를 나타냈다. 만약 전세보증금이 2억원인 주택을 집주인이 보증금 1억원에 나머지 1억원을 월세로 돌린다고 하면, 월세이율이 1%면 매달 100만원, 0.94%면 매달 94만원 꼴이다.
Y씨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매달 꼬박꼬박 월세로 주거비를 부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월세이율이 떨어지는데도 여전히 은행에 넣어 놓는 것보다 수익률이 나은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임대차계약 구성비에서 전세는 57%, 보증부 월세는 40.2%, 순수월세(사글세)는 2.8%를 차지했다. 지난 2008년 1월과 비교해보면 전세는 2.4%포인트 줄어든 반면 대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보증부 월세는 2.3%포인트 늘어나 월세비중이 커졌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향은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탓도 크다. 집주인들이 새 집에 세를 놓았던 것은 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주택을 구입하려는 목적이었다. 전세제도는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없으면 세입자에게 자선사업을 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세입자 역시 전세보증금은 나중에 돌려 받을 수 있는 돈이라 생각해서 매달 '공중분해'되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전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대출받더라도 매월 월세보다 낮은 이자를 내면서 차근차근 내 집마련 준비를 하는 편이 낫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거푸 내놓은 전세대책이 다가올 봄 전세난을 막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전세수요는 당장 입주해야 하는 실수요인데 주택공급을 늘리는데 시차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전세대란의 원인이 집값 안정에 따라 매매거래 가뭄이 지속된 탓이 큰데 이에 대한 대책은 부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당분간 Y씨처럼 전세 대신 월세로 주거비 부담을 해야하는 일반 서민들의 고충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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