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울보 선생의 마지막 수업

시계아이콘01분 38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뷰앤비전]울보 선생의 마지막 수업
AD

단발머리 계집애들이 훌쩍이고, 선생님과 인사 나누고…." 부모님은 오지 않았다. 시골출신인 나와 내 친구들에겐 그 흔한 자장면도 없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생활이 끝나던 날 많이 아쉬웠고, 한편 중학생이 된다는 게 뿌듯했다.


두 해 전 난 아들녀석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다. 그날 아침부터 모처럼 안거리가 술렁였다. 안거리는 양평, 여주, 이천 접경의 광주시 소재인 마을 몇개를 통칭한다. 난 여기 15년째 살고 있다. 아이들도 인근 초등학교에 다녔다. 졸업식장엔 교장 선생의 하품 나는 훈시, 단체장들의 상패 수여, 송사와 답사, 졸업식노래, 교가 제창 등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내 어릴적 어떤 삽화속에도 그런 풍경이 나오기는 한다.

달라진 거라면 아이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재잘거린다는 것과 눈물 흘리는 여자애 하나 없다는 거다. 우리들의 졸업식은 제식훈련처럼 엄숙하고 절도가 넘쳤다. 그리고 졸업식 노래가 울릴 때 여자애 몇 명이 어깨만 작게 흔들릴 정도로, 꾹꾹 누른 듯한 울음을 토했다. 반면 사내애들은 눈물을 애써 참았다. 물기 촉촉했던 우리들 졸업식과는 전혀 다르다. 장난치고,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고….'뻔뻔한 녀석들! 아마도 졸업식 끝나기만 고대하겠지. 회식이나 선물, 용돈만 생각하고 있을거야.'


이별을 좀 슬퍼할 줄 알고, 의젓하고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 ? 하긴 이해는 된다. 컴퓨터, 핸드폰, 게임기가 친구고 피자와 햄버거, 라면을 더 좋아하고, 학원 다니느라 우리들보다 더 각박했을테니…. 그래도 녀석들이 마뜩잖다.

마지막 순서쯤에선 완전히 감흥을 잃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6학년 담임은 졸업장과 선물을 나눠주기 위해 아이들을 예전 교실로 이끌고 갔다. 아이들은 더 어수선해졌고 재잘거리며 통제가 안 된다. 선생도 집중시킬 생각이 없다는 듯 그저 아이들을 불러 졸업장을 쥐어줬다. 그러던 중간에 선생이 굵은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한번 흐른 눈물은 수도꼭지같다.


순간 어수선하던 교실에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핸규!!…울보…울보…울보…."교실 안에 커다란 합창이 울렸다. 참 못된 녀석들이다. 선생님 별명 부르며 놀리기나 하고, 진지한 구석이 없다. 선생만 슬픈 졸업식 같아 보였다. 아이들은 계속 합창을 하고 선생은 눈물 범벅이 돼서 아이들 이름도 부르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 눈이 마주치면 손짓으로 불러 졸업장을 나눠줬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가 지나고 잠시 창가에 가서 숨을 돌린 선생은 교탁 앞에 고즈넉이 섰다. 그 순간 만큼은 아이들도 시선을 모았다. 재잘거림도 멈췄다. 또다시 선생이 눈물을 떨궜다. 그런 선생의 입술이 떨리면서 작게 열렸다 닫혔다. "애들아!! 자장면 먹고 싶으면 전화해…안녕…잘가!!" 아주 짧은 고별사였다.


선생이 칠판 쪽으로 막 몸을 돌리는 찰나 아이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엉겨붙었다. 거대한 포옹의 덩어리다. 기어이 여자애들이 훌쩍인다. 눈물이 삽시간에 교실 전체로 번졌다.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과 선생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그리고 포옹의 거센 물결이 교실 밖으로 움직여 갔다. 어루만지며, 쓰다듬으며, 서로 도닥이며….


'참! 기막힌 반전이네….''핸규' 선생은 올해 첫 부임해 담임을 맡았다.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학로에 가서 연극도 보고, 남한산성축제에도 가고, 등산도 다녔다. 그 때마다 아이들에게 자장면을 사줬다.


그날 울보 선생의 마지막 수업은 '눈물'이었던 것 같다. 눈물은 힘이 세다. 아이들이 학교 밖 세상에서 흘리고 배워야 할 눈물의 힘이 막 싹트는 광경이었다. 그 때 감염된 눈물이 지금도 자꾸 내 앞을 가린다.






이규성 건설부동산부 부장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