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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울보 선생의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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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울보 선생의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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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계집애들이 훌쩍이고, 선생님과 인사 나누고…." 부모님은 오지 않았다. 시골출신인 나와 내 친구들에겐 그 흔한 자장면도 없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생활이 끝나던 날 많이 아쉬웠고, 한편 중학생이 된다는 게 뿌듯했다.


두 해 전 난 아들녀석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다. 그날 아침부터 모처럼 안거리가 술렁였다. 안거리는 양평, 여주, 이천 접경의 광주시 소재인 마을 몇개를 통칭한다. 난 여기 15년째 살고 있다. 아이들도 인근 초등학교에 다녔다. 졸업식장엔 교장 선생의 하품 나는 훈시, 단체장들의 상패 수여, 송사와 답사, 졸업식노래, 교가 제창 등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내 어릴적 어떤 삽화속에도 그런 풍경이 나오기는 한다.

달라진 거라면 아이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재잘거린다는 것과 눈물 흘리는 여자애 하나 없다는 거다. 우리들의 졸업식은 제식훈련처럼 엄숙하고 절도가 넘쳤다. 그리고 졸업식 노래가 울릴 때 여자애 몇 명이 어깨만 작게 흔들릴 정도로, 꾹꾹 누른 듯한 울음을 토했다. 반면 사내애들은 눈물을 애써 참았다. 물기 촉촉했던 우리들 졸업식과는 전혀 다르다. 장난치고,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고….'뻔뻔한 녀석들! 아마도 졸업식 끝나기만 고대하겠지. 회식이나 선물, 용돈만 생각하고 있을거야.'


이별을 좀 슬퍼할 줄 알고, 의젓하고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 ? 하긴 이해는 된다. 컴퓨터, 핸드폰, 게임기가 친구고 피자와 햄버거, 라면을 더 좋아하고, 학원 다니느라 우리들보다 더 각박했을테니…. 그래도 녀석들이 마뜩잖다.

마지막 순서쯤에선 완전히 감흥을 잃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6학년 담임은 졸업장과 선물을 나눠주기 위해 아이들을 예전 교실로 이끌고 갔다. 아이들은 더 어수선해졌고 재잘거리며 통제가 안 된다. 선생도 집중시킬 생각이 없다는 듯 그저 아이들을 불러 졸업장을 쥐어줬다. 그러던 중간에 선생이 굵은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한번 흐른 눈물은 수도꼭지같다.


순간 어수선하던 교실에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핸규!!…울보…울보…울보…."교실 안에 커다란 합창이 울렸다. 참 못된 녀석들이다. 선생님 별명 부르며 놀리기나 하고, 진지한 구석이 없다. 선생만 슬픈 졸업식 같아 보였다. 아이들은 계속 합창을 하고 선생은 눈물 범벅이 돼서 아이들 이름도 부르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 눈이 마주치면 손짓으로 불러 졸업장을 나눠줬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가 지나고 잠시 창가에 가서 숨을 돌린 선생은 교탁 앞에 고즈넉이 섰다. 그 순간 만큼은 아이들도 시선을 모았다. 재잘거림도 멈췄다. 또다시 선생이 눈물을 떨궜다. 그런 선생의 입술이 떨리면서 작게 열렸다 닫혔다. "애들아!! 자장면 먹고 싶으면 전화해…안녕…잘가!!" 아주 짧은 고별사였다.


선생이 칠판 쪽으로 막 몸을 돌리는 찰나 아이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엉겨붙었다. 거대한 포옹의 덩어리다. 기어이 여자애들이 훌쩍인다. 눈물이 삽시간에 교실 전체로 번졌다.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과 선생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그리고 포옹의 거센 물결이 교실 밖으로 움직여 갔다. 어루만지며, 쓰다듬으며, 서로 도닥이며….


'참! 기막힌 반전이네….''핸규' 선생은 올해 첫 부임해 담임을 맡았다.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학로에 가서 연극도 보고, 남한산성축제에도 가고, 등산도 다녔다. 그 때마다 아이들에게 자장면을 사줬다.


그날 울보 선생의 마지막 수업은 '눈물'이었던 것 같다. 눈물은 힘이 세다. 아이들이 학교 밖 세상에서 흘리고 배워야 할 눈물의 힘이 막 싹트는 광경이었다. 그 때 감염된 눈물이 지금도 자꾸 내 앞을 가린다.






이규성 건설부동산부 부장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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