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그동안 검사 단독으로 피의자를 형사법정에 세워온 '기소 독점주의'에 제동이 걸리고, 대신 그 권력의 일부를 시민들이 참여해 판단하는 '기소심사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검찰이 관련 법안의 추진을 약속했지만 더딘 행보를 보이자 국회가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등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창수 의원 등 자유선진당 의원 11명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기소심사회'의 의견에 따라 검찰이 피의자를 형사법정에 세울지(기소)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소심사에 관한 법률안'을 최근 제출했다. 검찰이 스스로 하겠다고 발표한 개혁안을 국회가 강제하는 것이다.
김 의원 등이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이 법안에 따르면, 검찰이 고소ㆍ고발사건에서 피의자를 형사법정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불기소 처분)하면 일반 시민 11명으로 구성된 기소심사회에서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단, 고소ㆍ고발인이 불복했을 때에 한해서다. 기소심사회의 안건이 될 수 있는 사건은 모든 고소 사건과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체포ㆍ감금, 독직폭행 등 수사기관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일부 고발 사건이다. 검찰이 지난해 8월 스스로 도입한 '검찰시민위원회'와 비슷하지만 강제성이 있다는 차이가 있다.
심사회에서 피의자를 기소해야한다고 의결하면 검찰은 재수사를 해야하고, 그 후에도 검찰이 똑같은 결론을 내리면 심사회의 의결을 거쳐 그 결과를 검찰이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검찰이 연거푸 불기소하기로 밀어붙여도 기소심사회의 뜻에 따라 피의자를 형사법정에 넘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소권을 검찰만이 독점하고 있는 현행 사법제도의 근본을 국회가 직접 바꾸겠다는 의미다. 법안도 제출 이유를 "검찰의 기소권 행사에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법안의 모델이 된 일본 검찰심사회는 도쿄지검 특수부가 정계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의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불기소 처분하자 재심의를 거쳐 지난달 강제 기소하기도 했다.
김 의원 측은 "지난해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 등이 터지면서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상설 특검 등의 방안이 나왔지만 이 보다는 일본의 '검찰심사회' 같은 걸 구성하자는 뜻에서 제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겉으로는 "미국식 기소 대배심제를 도입해 기소권을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검찰 내부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고 관련 논의도 계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김 의원 등이 제안한 법안에 대해서는 비협조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국회에서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올 것에 대비해 검토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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