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엔 강세, 디플레이션, 주택시장 침체, 눈덩이 정부부채 등 갖가지 걸림돌에 장기 불황의 길을 걷던 일본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
14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30.5% 증가한 1조1950억 엔을 기록했다. 이는 다우존스와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전망치 1조1590억 엔을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경상흑자도 28.5% 증가한 17조800억 엔을 기록했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한 것은 3년만이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높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수출이 호전된 덕분이다. 게다가 주택시장과 고용시장도 개선되고 있어 불황을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
소비자들의 경제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가 발표한 일본 소비자 경제전망을 보여주는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5.9포인트 오른 90.4를 기록했다. 이로써 4개월째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 직전인 2009년 9월의 91.9에 근접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최근 들어 아시아 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일본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는 전일 최근 경제지표수치가 호전됐음을 언급하며 일본 경제가 불황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도쿄에서 열린 일본 외국특파원협회 연설을 통해 “최근 경제지표수치를 살펴보면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빠져나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경제활동과 금융시장 상황이 여전히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일본 경제가 다른 선진국보다 심각한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BOJ는 일본의 경기침체가 2010년 회계연도 4분기(2011년 1~3월)에 끝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타격을 입은 주택시장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일본 국토교통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주택착공건수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81만3126건을 기록하며 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성은 아직 취약하지만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주택시장은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타격을 입으면서 2009년 주택착공건수가 78만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주택착공건수가 80만건 밑으로 떨어진 것은 45년만에 처음이었다.
일본 정부의 골칫거리인 디플레이션은 완화되고 있다. 12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4% 떨어지며 22개월째 하락했으나 낙폭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12월 실업률은 4.9%로 예상을 깨고 전월 5.1%에서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82엔선에 거래되며 엔 강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엔 강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본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국내총생산(GDP)의 200% 수준인 세계 최대 규모의 정부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해 복지비용이 불어나면서 부채를 줄이기도 힘들기 때문.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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