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롯데쇼핑이 유통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호실적을 내놨지만, 이에 대한 국내외 증권사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내 증권사들이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이라며 호평을 쏟아낸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중립의견이나 혹평을 내놨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액 13조5174억원, 영업이익 1조1465억원, 당기순이익 1조109억원의 영업실적을 거뒀다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7.2%, 30.8%, 41.4% 급증한 실적이며, 특히 영업이익은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증권사 '호평' =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28일 국내외 증권사들은 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롯데쇼핑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국내 증권사는 20여곳에 달한다.
이들 20개 증권사의 롯데쇼핑에 대한 투자의견은 모두 '매수'였으며 목표주가 평균은 59만9500원이다. 13개 증권사가 60만원 이상의 목표가를 제시했으며, 특히 신영증권은 77만원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의 국내외 점포들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전년에 이어 마진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해외 점포들의 매출 성장세가 매우 양호해 성장 모멘텀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발표 후 목표주가를 57만원에서 6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보고서를 내놨다.
김 애널리스트는 "프리미엄 가치소비현상 지속으로 국내 백화점 1위 업체인 롯데쇼핑의 호실적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며, 지난해 롯데마트의 매출총이익(GP) 마진이 이마트를 추월하는 등 괄목할 만한 수익성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계는 '혹평' =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국내 증권사들과는 대조되는 평가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치와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았다며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48만원에서 4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롯데쇼핑의 할인점 영업이익률 확장이 둔화되고 해외 영업이익에서도 의미있는 개선 흐름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증권사들과 반대의견을 내놨다.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4분기 실적은 대체로 예상에 부합했고 단기 매출 전망도 좋다"고 평가했지만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전략이 분명치 않는 등 불안요소가 있다"며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목표주가는 골드만삭스보다 낮은 46만원을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외국계 증권사 중 가장 좋은 의견을 내놨다. 메릴린치는 "과거 롯데쇼핑 실적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백화점 사업 비중이 올해 50%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지만, 할인점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고 슈퍼마켓과 TV홈쇼핑 등 새로운 부문의 성장세도 가파르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는 "해외에서도 향후 2년간 손실이 계속되겠지만 공격적인 매장 확대 전략으로 장기적인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롯데쇼핑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51만9000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보다 13% 이상 낮은 수치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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