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박지성, 한국 축구에 희망과 긍지 심고 떠나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2000년 4월5일. 아무도 그의 A매치 데뷔를 주목하지 않았다. 2011년 1월31일. 그는 한국 축구사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팬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대표팀과 작별을 고했다.

11년 간 한국 축구 대표팀 간판스타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31일 축구팬들의 아쉬움 속에 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19세 나이에 여드름 가득한 얼굴로 대표팀에 승선한 그가 만 서른살 생일을 한 달 앞두고 태극마크와 주장 완장을 모두 반납했다. 데뷔는 조용했지만 은퇴는 역대 축구 선수 가운데 그 어느 누구보다도 화려했고 또 그만큼 아쉬웠다.

수원 세류초 4학년 때부터 축구공을 찬 박지성은 당시 차범근축구대상을 수상하면서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다. 실력과 세기는 출중했지만 또래보다 작은 체구로 수원공고 때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명지대 시절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면서 그의 축구 인생에 새로운 디딤돌 하나가 놓였다. 박지성은 허정무 감독이 이끈 2000 시드니올림픽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고 당시 성인 대표팀 사령탑까지 겸하고 있던 허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에 승선했다. 2000년 4월 5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라오스와 2000아시안컵 1차 예선이 바로 그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박지성은 이어 A매치 데뷔 두 달 만인 6월 7일 마케도니아와 LG컵 이란 4개국 친선대회에서 A매치 첫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때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명지대를 거쳐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뛴 박지성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대들보로 우뚝 섰다. 박지성은 이후 몇차례나 "히딩크 감독과의 만남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할 만큼 그의 축구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박지성의 불굴의 정신력과 축구에 대한 집념을 높이 산 히딩크 감독은 그를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했고 박지성은 월드컵 직전 평가전서 골을 넣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마침내 박지성은 2002 한일월드컵 본선 포르투갈과 C조 최종전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사상 첫 16강 진출, 나아가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이후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에 입단한 박지성은 2005년 한국인 최초로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게다가 최고의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한국 축구에 자긍심을 심어줬다.

박지성은 2009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와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을 앞두고 주장완장을 이어받은 박지성은 조용한 카리스마와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허정무호를 이끌어 마침내 남아공월드컵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궈냈다.

그러나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산소탱크' '신형엔진'이라는 별명과 함께 믿기 어려운 활동량을 보여준 박지성은 결국 무릎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부상 재발 우려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박지성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비록 대표팀이 뛰는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항상 한국 축구를 생각하며 또 다른 방향을 통해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롭게 도전할 것입니다. 설사 그 도전을 통해 지금보다 더욱 힘들고 험한 여정을 가야 할 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성취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지난 11년간 대한민국 축구사와 축구팬들에 큰 희망과 자긍심을 남긴 박지성이 또 어떤 꿈을 향해 힘차게 뛸 지 벌써부터 큰 기대가 쏠리고 있다.

◇박지성 프로필
△포지션 = MF
△출생= 1981년 2월25일
△신장/체중 =178cm/73kg
△A매치 출전/골 = 100경기/13골
△A매치 데뷔 = 2000년 4월5일 라오스전 (아시안컵 1차 예선, 동대문)
△첫 득점 = 2000년 6월7일 마케도니아전 (LG컵 이란 4개국대회, 테헤란)
△출신교 및 소속팀=수원 세류초-수원 안용중-수원공고-명지대-교토퍼플상가-에인트호벤-맨체스터유나이티드
△주요 대회 출전기록= 2000 아시아 U-19 선수권 참가(이란)-2000 시드니 올림픽 참가-2000 아시안컵 참가(레바논)-2001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참가-2002 한일 월드컵 참가-2004 아시안컵 참가-2006 독일 월드컵 참가-2010 남아공 월드컵 참가-2011 아시안컵 참가(카타르)